환경오염으로 소라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짊어지는 경향이 점차 두드러지지만 안타까운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연구팀은 2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소라게가 치약 뚜껑이나 금속, 유리 같은 인공물을 집인 양 짊어지고 다닌다고 전했다.
소라게는 조개나 고둥의 껍데기를 등에 지고 다니며 몸을 숨기거나 보호한다. 조개나 달팽이처럼 스스로 껍데기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만 다른 개체의 껍질이 필요하다.
이런 소라게가 플라스틱 뚜껑 등 인공물을 이고 다니는 상황은 오래전부터 환경운동가들에 목격됐다. 다양한 방식의 해양 정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됐지만, 연구팀의 조사대로라면 이런 노력은 딱히 결실을 맺지 못했다.
조사에 참여한 바르샤바대 마르타 술킨 교수는 "각국의 소라게 마니아가 올린 사진 2만9000장가량을 일일이 조사했는데, 안타깝게도 소라게들은 전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인공물 집을 짊어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 쓰레기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 탓에 이제 소라게들은 자기 체형에 맞는 조개나 고둥 대신 대량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적응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라게가 가장 많이 짊어지는 인공물은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뚜껑으로, 비율은 무려 약 85%였다. 개중에는 전구 밑동이나 금속 뚜껑을 이용하는 소라게도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소라게들의 플라스틱 집은 인간의 무분별한 쓰레기 유기가 주된 원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며 "소라게 껍데기는 수컷의 매력을 암컷에 어필하는 중요한 장치인데, 요즘 수컷들은 플라스틱 껍질이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여기는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플라스틱은 키틴질보다 가볍고 튼튼해 소라게 입장에서는 최적의 집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며 "우리 생각이 맞는다고 해도 쓰레기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소라게를 바라보자니 인간 입장에서 미안할 따름"이라고 씁쓸해했다.
연구팀은 소라게들이 인공물을 집으로 삼는 경향을 추가 조사하는 한편, 현시점에서는 불분명한 소라게에 대한 장기적 영향 역시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