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을 때 남녀가 바라보는 장소나 사물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주로 진행 방향을 주시한 반면, 여성은 길 주변의 사물을 신경 썼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길을 걸으며 얻는 시각 정보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것은 심리, 사회, 문화적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보행 환경에서 남녀가 어떤 사물에 신경을 쓰는지 실험했다. 약 600명(남성 44%, 여성 56%)의 피실험자를 모은 연구팀은 오전의 대학 캠퍼스, 계단, 공원 산책로, 지하도 등을 담은 사진 16장을 보여주고 실제 걷는다는 가정 하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마킹하게 했다.
연구팀은 남녀 피실험자들이 사진에 마킹을 하는 사이, 실제 시선이 각각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로 관찰했다.
실험 결과 남성 피실험자들은 걷는 길 자체에 주목했다. 자신의 진행 방향에 놓인 고정물, 일테면 가로등이나 쓰레기통을 응시했다. 마킹이나 열화상 카메라로 본 시선 모두 길 중앙에 집중됐다.
반면 여성은 나무나 덤불, 으슥한 공간 등 걷는 길 주변의 영역에 신경을 썼다. 밤낮 관계없이 여성들의 시선과 마킹은 길 주변부에 분포했다.
실험 관계자는 “여성은 주변 영역이나 수풀 등 길을 벗어난 주위를 경계하는 편이었다”며 “이는 범죄, 특히 성범죄 대한 공포감으로 인해 시각적 경계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어 “여성 스스로 남성에 비해 잠재적 위협에 더 노출된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이런 스트레스가 일상적으로 쌓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양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여성이 남성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경험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남녀의 주변 인식 및 체험이 분명히 다른 만큼 양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보행로 조성에 사회적 관심이 기울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험 관계자는 “우리 연구는 산책로나 골목길, 대학 캠퍼스 등 다양한 보행 환경의 디자인에 남녀의 시각 차이 및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