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에 견디기 위해 일부 동물이 취하는 겨울잠이 우주비행사의 인공 동면에 중요한 힌트를 준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북극땅다람쥐의 동면에 주목한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캠퍼스의 연구를 공식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해 관심을 끈다.
20년 넘게 극지방 다람쥐와 곰의 생태를 들여다본 이 학교 연구팀은 현재 북극땅다람쥐의 효율적인 겨울잠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땅다람쥐는 1년 중 무려 9개월간 겨울잠을 잘 수 있으며, 체온은 아예 영하로 떨어지면서도 건강을 유지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북극땅다람쥐는 현존하는 포유류 중 신체 온도를 가장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이라며 “겨울잠을 잘 때 뇌 온도는 빙점 가까이 떨어지며, 심장은 약 영하 3℃ 아래로 유지된다. 장기와 혈액 온도는 0℃로 내려가고 심장 박동은 분당 고작 1~2회”라고 설명했다.
동면 시 뇌 활동을 크게 둔화시키는 북극땅다람쥐는 세포분열이 거의 멈춘 상태에서 2~3주간 생존한다. 그럼에도 겨울잠에서 깨면 얼마 안 가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연구팀은 체온이 뚝 떨어져도 혈액이 얼지 않는 북극땅다람쥐의 비밀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물의 겨울잠을 인공 동면에 응용하는 시도는 오래됐다. 우주비행사들에게 동면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간접 경험한 것처럼, 우주 공간의 시간의 흐름은 지구와는 다르다. 뭣보다 행성 간 이동에서 인공 동면이 실현되면 생체시계를 멈춰 비행사의 노화나 질병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지구의 바로 이웃 행성인 화성에 가는 데만 편도 약 250일이 걸린다.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학자들은 비행사들의 생체시계를 안전하게 멈출 인공 동면이 행성 간 이동 시간을 줄여줄 원자력 엔진 기술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람은 혼수상태로 오래 누우면 근육과 뼈, 내장이 대번에 약해진다”며 “동물 중에서도 극단적이면서 효율적인 겨울잠을 자는 북극땅다람쥐의 신체 비밀을 알아낸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심우주 탐사에도 안심하고 사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공 동면은 무중력 탓에 쇠약해지는 근육과 뼈를 보호하고, 우주 비행에 드는 각종 자원도 훨씬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며 “현재 비행사들은 몇 달 동안 좁은 우주선 안에서 공기와 물, 음식을 계속 소비해야 하지만 부작용 없는 동면이 실현되면 장기 우주 미션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 동면은 우주비행은 물론 난치병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등 위험한 기저질환을 앓는 환자를 안전하게 동면시키면 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학자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