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산 마르코 광장의 날개 달린 사자상은 중국산임이 과학자들의 다각적인 분석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지질학자와 화학자, 고고학자, 미술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의 청동 사자상이 8세기 중국에서 제작됐다고 발표했다.

산 마르코 광장에는 기둥 위에 세워진 날개를 가진 사자상이 자리한다. 베네치아의 사자로도 불리는 이 청동상은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복음서 저자로 유명한 성 마르코(개신교의 마가)를 상징한다.

베네치아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아는 산 마르코 광장의 날개 달린 사자상 <사진=Wolfgang Moroder>

연구팀은 이 청동 사자상이 멀리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가설에 주목했다. 이에 청동 합금의 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한 연구팀은 동상의 상당 부분이 8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성분은 물론 사자상의 디자인도 면밀히 분석했다. 중국에 있던 다른 모양의 청동상이 베네치아까지 운반된 후, 현지의 다른 재료들과 합쳐져 성 마르코를 상징하는 날개를 가진 사자로 재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 마르코는 신약 마르코 복음서(마가복음)의 마지막 장 요한계시록에서 날개 있는 사자로 묘사됐다. 기독교인들은 모진 박해를 피하기 위해 성서에 자신들만 아는 표현을 썼는데, 성 마르코는 날개를 가진 사자로 그려졌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 <사진=산 마르코 광장 공식 인스타그램>

조사 관계자는 "9세기 베네치아 상인이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성 마르코의 신성한 유물을 베네치아로 가져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후 이 거리의 수호성인은 성 마르코가 됐고, 그를 나타내는 날개를 가진 사자는 베네치아의 아이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0년대 조사에서 이 상은 헬레니즘 시대 초기(기원전 4세기) 아나톨리아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청동 합금에 포함된 납 동위원소의 분석에 의해 금속의 기원이 중국 남동부, 특히 양쯔강 하류 유역의 광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사자상의 디자인도 중국 당나라(618~907년)의 특징을 많이 땄다는 입장이다. 머리와 갈기, 흉부에서 당나라 조각의 특징들이 확인됐다. 이로 미뤄 사자상은 원래 당나라 때 흔한 부장품인 진묘수로 주조됐다가 베네치아로 넘어와 날개 달린 사자상으로 정교하게 다시 제작된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당삼채 진묘수. 망자의 안식을 위해 무덤 옆에 배치됐다. <사진=대만 국립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중국의 진묘수는 일반적으로 2기가 무덤 옆에 놓인다. 하나는 사람 같은 얼굴, 다른 하나는 사자 등 짐승의 얼굴을 했다"며 "성 마르코의 사자상과 중국의 진묘수의 공통점은 수염이 무성한 다부진 얼굴과 위턱의 큰 송곳니 및 아래턱의 작은 송곳니, 크게 벌어진 입, 돌출한 안와"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생각이 맞는다면, 대체 어떤 경위로 사자상이 중국에서 베네치아로 왔는지 의문이 생긴다. 1295년 마르코 폴로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이미 베네치아 기둥 위에 있던 이 동상은 아마도 토막 난 상태로 이 마을에 실려 온 것이 아닐까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베네치아로 흘러들어온 경위는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 니콜로와 숙부 마페오의 여행과 관련됐을지 모른다"며 "이들은 1264년부터 1266년까지 베이징의 몽골 궁정을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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