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는 거의 예외 없이 미지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좀비로 만든다고 묘사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는 그 미지의 바이러스 후보로 '광견병 바이러스'를 꼽았다.

최근 이탈리아 베로나대학교 신경학자 쥐세페 리피 교수 등 연구팀은 랍도바이러스과(Rhabdoviridae) 리사바이러스(Lyssavirus)를 유력한 좀비 바이러스 후보로 지목했다.

리사바이러스는 현재 14종이 확인됐으며, 그 중 하나가 광견병 바이러스다. 박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개와 설치류를 통해 전파된다. 인간은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햝게 했을 때 타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탈리아 토스카나 아레초에서는 두살짜리 집 고양이가 리사바이러스에 감염, 호흡곤란과 떨림 증세 등을 보이다 공격적으로 돌변해 주인 가족 3명을 물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고양이는 수의사를 공격했으며,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4일 만에 죽었다. 고양의 몸에서 검출된 것은 리사바이러스의 일종인 서코카서스박쥐 리사바이러스(West Caucasian bat lyssavirus)였다. 지난 2002년 코카서스산맥 서부에 서식하는 긴가락박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다.

침팬지에 의해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는 영화 '28일 후' <사진=영화 '28일후' 포스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런 광견병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99%가 인간을 공격하는 감염된 개에 의해 발생한다.

광견병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된다. 20%는 사지가 마비되고 신체 기능이 서서히 정지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는 결국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나머지 80%는 '맹렬한 광견병(furious rabies)'으로, 환자는 과격한 행동을 보이거나 쉽게 흥분하며 때로는 공격적으로 변한다. 또한 소수성 공포증(물에 대한 공포)이나 공기 공포증(신선한 공기에 대한 공포)도 발생할 수 있다. 역시 치료하지 않으면 심폐정지 등이 나타난 후 며칠 내로 사망한다.

물론 이런 증상은 죽었다 되살아나거나 식인행위가 포함된 전통적인 좀비의 개념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물어뜯기를 통해 전염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하지만, 광견병은 예방은 물론 치료도 가능하다. 매년 수천만 명이 개에게 물린 뒤 광견병 예방 백신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견병으로 대규모 좀비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그래서 연구팀이 지적하는 것은 '변이된 광견병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고 치료약도 없는, 그리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숙주의 방어를 피하거나 다른 숙주로 쉽게 전파되기 위해 현재 많은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높은 돌연변이율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광견병은 숙주가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이미 100개 이상의 변종이 존재할 정도로 다양하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사소한 진화적 변화라도 바이러스를 다양하게 변이시키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연적인 변이 외에도 연구팀은 '인공적인 변이'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연구팀은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묘사된 것처럼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화학 무기화'를 언급한 것은 분명히 과장된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변이되고 이에 따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좀비 바이러스'로 돌변하는 것은 가시적인 위협이며, 이에 따라 광견병은 물론 다른 잠재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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