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 년 전 고대 동굴벽화에 그려진 점과 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립 고고학 연구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케임브리지 고고학 저널(Cambridge Archaeology Journal)’에 게재된 논문에서 유럽 각지의 동굴에서 발견된 약 2만 년 전 구석기시대의 추상적 기호들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최근 조사에서 동굴 벽화 속 기호들은 원시인들이 사냥하던 동물의 계절별 행동 및 특징 표기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기호들이 특정 정보를 가졌다면 이를 문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언뜻 추상적으로 보이는 점과 선은 사실 원시인 나름의 고도의 문자로, 당시 인류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의 짝짓기와 출산 시기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약 2만 년 전 새겨진 것으로 추측되는 유럽 동굴 벽화들 속의 점들 <사진=Cambridge Archaeology Journal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구석기시대 초기 인류에게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동물들이 이동하는 경로와 짝짓기 및 새끼를 낳는 시기는 중요한 정보”라며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원시인들은 동굴 벽화에 동물을 그리고 선이나 점 같은 기호를 곁들여 해당 동물에 대한 뭔가를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례로 사나운 야생 소를 그린 2만1500년 전 라스코 동굴(프랑스) 벽화를 들었다. 조사 관계자는 “소의 몸통에 기묘한 점들이 그려져 있는데, 우리 가설이 맞는다면 여기에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발견된 벽화들 속의 비슷한 도형들을 분석한 결과 동물의 번식 주기를 나타내는 달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수백 개의 동굴에 그려져 있는 점과 선의 수를 세어 본 연구팀은 각 그룹이 절대 13개를 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13이라는 수는 1년 13개월의 월력, 즉 13월력과 일치한다. 이 월력은 1개월을 28일, 1년을 13개월로 친다.

조사 관계자는 “무려 800개 넘는 기호와 도형 그룹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그 수는 동물이 번식하는 시기와 강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며 “선과 도형은 동물의 종류에 따른 월별 정보를 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특정 벽화 속에 나타나는 Y자 기호 <사진=Cambridge Archaeology Journal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또한 원시인들이 영어 알파벳 ‘Y’자와 닮은 기호를 써 동물들의 생애 주기에 있어 중요한 이벤트를 표시했다고 봤다. 벽화들을 분석한 결과 Y자는 동물의 출산 시기를 의미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번 조사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구석기시대를 전문으로 하는 고고학자들은 동굴 속 기호가 말의 특정 부위 근육이나 고기, 모피 무늬일 뿐 월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도화되지 않은 단순한 특징만 표기한 것이라면 문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기호 하나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문자를 지탱하는 언어적, 인지적 기반을 조사한 결과”라며 “간단한 점과 선, 그리고 보다 복잡한 Y자 기호를 통해 사냥에 나선 원시인들이 특정 정보를 기억하고 공유하려 했음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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