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동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리 절단 수술을 하는 개미가 발견됐다.
독일과 미국 곤충학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2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곤충이 동료를 위해 외과 수술을 하는 전례가 없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플로리다목수개미(Florida carpenter ant)의 생태 조사 중에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왕개미속 목수개미의 일종인 플로리다목수개미는 미국 플로리다 전역에 분포한다.
조사에 참여한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에릭 프랭크 교수는 아프리카의 메가포네라(Megaponera) 개미가 병원균에 감염된 동료를 구하려 특수한 항균물질을 분비해 치료하는 사실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에릭 프랭크 교수는 "항균물질 분비샘이 없는 플로리다목수개미가 과연 부상을 입은 동료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폈다"며 "실험에서는 사람의 허벅지와 정강이에 해당하는 부위에 각각 상처를 낸 개미를 동료들이 처치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허벅지를 다친 개미를 발견한 동료들은 상처를 구기(입틀)로 청결하게 한 뒤 반복적으로 깨물어 절단하는 외과수술을 실시했다. 정강이를 다친 개미에 대해서는 절단 대신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처치했다.
에릭 프랭크 교수는 "허벅지를 다친 개미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율은 40% 미만이지만 외과수술을 통해 생존율이 90~95%까지 올라갔다"며 "정강이를 다친 개미를 방치하면 대략 15%였던 생존율은 상처 세척 시 75%까지 향상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플로리다목수개미가 허벅지 마디를 다친 동료는 절단 수술을 하는 한편, 정강이 마디를 다친 동료는 상처 세척만으로 끝내는 이유가 정밀 진단의 결과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플로리다목수개미를 마이크로 CT 스캔한 결과, 허벅지 마디 대부분은 근육조직으로 구성되고 림프액이 오가며 정상 작동했다. 허벅지가 손상되면 근육이 끊어지고 림프액을 내보내는 능력이 떨어졌다. 정강이 마디에는 근육 조직이 거의 없어 부상을 입어도 림프액을 내보내는 능력은 이상이 없었다. 즉 상처를 통해 들어온 병원균이 바로 림프액을 타고 체내를 순환하기 때문에 즉시 세척해야 한다.
에릭 프랭크 교수는 "플로리다목수개미가 보여준 외과수술은 동물계에서는 아마 유일한 고도의 상처 치료일 것"이라며 "더욱이 동료의 상태를 진단하고 감염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인간과 흡사한 점은 상당히 놀랍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