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벽의 저주'나 드라마 '킹덤'으로 대중에 익숙한 좀비는 사실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미스터리한 존재다. 화장이 보편화된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시신을 주로 매장했는데, 혹시나 망자가 되살아나 산 자를 해치지 못하도록 여러 국가에서 '좀비 방지 대책'이 만들어졌다.

①못 박힌 시체(튀르키예)
고대 튀르키예(터키) 사람들은 망자의 시신에 못을 박았다. 아주 불경한 행위 같지만, 당시 튀르키예인들은 구부러진 못을 시신에 박으면 죽은 이가 절대 되살아나지 못한다고 여겼다.

벨기에 연구팀이 과거 낸 논문을 보면, 튀르키예인들은 못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석회를 바르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오래된 묘지에서 종종 석회를 발라 구운 못이 발견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튀르키예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망자를 저세상에 구속하고 산 사람에 보복하지 못하도록 못을 썼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망자의 부활을 막는 의식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소렴을 하면서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오기를 빌었다. 사진은 영화와 관련 없음 <사진=넷플릭스 '킹덤' 스틸>

②죽은 이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그리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존재하며, 죽은 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이 선을 넘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 문헌에는 죽은 자가 산 자 사이를 배회하는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망자가 이승을 기웃거리지 못하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생전에 주위에서 미움을 받거나 별난 사람은 망령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역사학자들은 과거 시칠리아 남동부 그리스 정착촌에서 기묘한 유골을 발견했다. 유골의 머리와 팔다리를 커다란 맷돌로 짓누른 점에서 학자들은 그리스인들이 시신이 되살아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그리스 유적에서는 얼굴이 아래로 향한 채 매장된 시신도 발굴됐다. 이는 죽은 자가 살아나더라도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그리스인들이 마련한 안전장치로 보인다. 

좀비는 영화와 드라마 등 미디어의 단골 소재다. <사진=영화 '아이 앰 어 히어로' 스틸>

③턱이 떨어져 나간 유골(아일랜드)
아일랜드에서 8세기 무렵 매장된 시신 두 구가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입에 큰 돌멩이가 박힌 상태였다. 한 구는 이 돌 때문에 아래턱뼈가 아예 떨어져 나갔다.

먼 옛날 아일랜드인들은 시체를 매장할 때 입에 커다란 돌을 넣었다. 이를 통해 악령이 입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일랜드 슬라이고 역사연구소 고고학자 크리스 리드는 "입은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중요한 출구로 간주돼 왔다"며 "오래전 아일랜드인들은 영혼이 산 자의 입으로 들어가 망령이 들거나 시체의 입으로 들어가 되살아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④태우고 잘라 구덩이로(영국)
2017년 영국 노스요크셔의 오래된 마을 발굴 조사에서 고고학자들은 수많은 유골을 발견했다. 특이한 것은 뼈 중 137개에 화장과 참수, 절단 흔적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처음에는 카니발리즘(식인)을 의심했으나 이후 망령을 봉인한 의식을 떠올렸다.

콘서트 현장이 아니다. <사진=영화 '새벽의 저주' 스틸>

학자들은 이곳이 중세 영국의 거대 매장지로, 줄잡아 200년에 걸쳐 시신을 절단하고 태워 묻었다고 결론 내렸다. 유골의 치아 분석을 통해 학자들은 사람들이 시신을 커다란 구덩이에 몰아넣고 매장해 좀비화를 막았다고 봤다. 시체의 팔·다리뼈를 절단하거나 일부분을 태운 것은 좀비가 되더라도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 조치로 보인다.

⑤조로아스터교와 침묵의 탑(인도)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자신의 글에서 조로아스터교(배화교) 장례 의식인 조장(鳥葬, 새가 시신을 쪼아 먹는 방식)과 침묵의 탑을 언급했다. 이 탑은 흙과 불, 물 등 신성한 원소와 시신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격리하는 작고 높은 무덤이다.

조로아스터 신자들은 침묵의 탑 꼭대기에 시신을 모시면 새에 깃든 하늘의 신이 내려와 살을 먹는다고 여겼다. 새가 시신을 말끔하게 발라먹어야 망자의 혼이 악마에 이끌릴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새가 망자의 피부와 근육, 내장을 모두 쪼아먹고 남은 뼈가 탑 아래 우물에 떨어지면 조장은 마무리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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