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물류 업체 아마존이 창고용 이족보행 로봇의 정식 도입을 앞뒀다. 이미 80만 대 가까운 로봇을 도입한 아마존의 행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계의 인간 일자리 잠식이 가속화한다는 예상이 나왔다.
아마존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창고 업무에 맞게 제작된 인간형 로봇 '디지트(Digit)'의 시범 운용이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디지트'는 최근 10여 년에 걸쳐 적극적으로 자동화를 진행한 아마존이 자랑하는 이족보행 로봇이다. 키 약 175㎝, 무게 약 65㎏인 '디지트'는 아마존의 인간 스태프와 같은 장소에서 일하도록 설계됐다.
아마존 관계자는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양산형 이족보행 로봇은 '디지트'가 세계 최초"라며 "눈 부위의 빛나는 라이트가 인상적인 '디지트'는 인간과 협업을 위해 키나 무게를 사람과 비슷하게 설정했다"고 전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개발한 '디지트'는 창고 내부를 돌아다니며 손으로 물건을 들어 옮길 수 있다. 테스트 중인 주된 업무는 빈 상자 운반이다. 단순 작업이지만 현재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아마존은 이 작업을 오로지 '디지트'에 맡기고 사람과 협업이 가능한지 지켜보고 있다.
아마존은 '디지트'의 성능 검증이 만족스러울 경우, 다른 작업이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로봇을 또 도입할 계획이다. 아마존이 모든 스태프를 로봇으로 대체한다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2012년 운반용 로봇 개발사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한 후 10여 년이 흐른 현재 무려 75만 대의 창고용 로봇을 거느리고 있다.
로봇 도입과 관련, 아마존 관계자는 "로봇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운반이 가능하고, 인간 직원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로봇 덕에 직원들은 모든 짐을 허벅지부터 가슴까지만 다루게 됐다. 이는 인간이 작업하기 가장 쉬운 높이로 머리 위로 손을 뻗거나 쪼그리고 앉을 필요가 없어 부상 위험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아마존은 자동화로 로봇이 차지하는 자리가 늘었지만 인간의 일자리 역시 많이 창출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빠른 자동화로 2030년 미국 내에서만 약 7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