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인간처럼 동료와 함께 볼일을 본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쇄 반응처럼 일어나는 배뇨 활동이 침팬지에서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교토대학교 대학원 생물학박사 과정 오니시 에나 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보고서를 20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다.

동반 배뇨는 인간의 습성 중 하나다. 학교 수업이나 업무, 모임 등 다양한 활동 도중 여럿이 화장실을 찾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오니시 연구원은 “사람의 이런 행위는 수세기에 걸쳐 전해지며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 나타난다”며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가 혹시 같은 습성을 가졌는지 조사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고 전했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같이 볼일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원은 사육 중인 침팬지 20마리(수컷 16마리, 암컷 4마리)를 관찰카메라를 통해 600시간 넘게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합계 1328회의 배뇨가 기록됐다. 

침팬지의 배뇨 행동이 무작위로 발생한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관찰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카메라 영상 속 동반 배뇨 회수는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많았다. 연구원은 침팬지의 동반 배뇨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니시 연구원은 “조사 과정에서 배뇨한 침팬지의 근처 개체일수록 함께할 확률이 높았다”며 “이는 침팬지 무리에서 배뇨 행위가 전염됨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개체에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친구나 지인 등 여럿이 화장실에 가는 경험은 흔하다. <사진=pixabay>

이어 “지위가 낮은 개체는 누가 배뇨하더라도 함께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회적 친화성이나 친밀감은 동반 배뇨 행위와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침팬지 사회 구성원들의 배뇨 전염 패턴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 것에 주목했다. 반자발적 생리행동인 하품은 사회적으로 가까운 개체 사이에서 빈발하지만, 침팬지의 동반 배뇨는 사회적 지위에 의한 영향 컸기 때문에 공동 배뇨는 진화적 뿌리를 가진 것으로 연구원은 봤다.

오니시 연구원은 “동물의 공동 배뇨의 원인은 다양하다. 배뇨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고 그룹 단위로 효율적인 영역 표시도 가능하다”며 “사람을 닮은 침팬지의 공동 배뇨는 집단 활동의 동기화 내지 사회적 유대 강화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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