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없는 유골 450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폴란드에서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과거 폴란드 사람들이 흡혈귀를 막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추측했다.

국제 고고학 연구팀은 1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폴란드 북동부 루지노 지역에 조성된 19세기 매장지에서 목이 없는 유골 약 450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골은 하나같이 머리가 다리 밑에 놓여있었다. 각 두개골의 입에는 동전이 놓였다. 망자의 입에 동전을 넣고 심지어 목을 자른 행위는 과거 폴란드에 유행한 흡혈귀 관련 풍습이라는 게 학자들 생각이다.

폴란드 북동부 루지노 지역의 19세기 매장지에서 머리가 다리 부분에 놓인 유골 약 450구가 발견됐다. <사진=Maciej Stromski>

폴란드는 과거 발굴 조사에서도 흡혈귀를 묻은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여럿 확인됐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 묘지에서 나온 여성의 유골이다. 목에 걸린 날카로운 낫은 흡혈귀가 되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판단됐다.

조사 관계자는 "폴란드 전설에는 흡혈귀가 자주 등장한다"며 "폴란드 사람들은 흡혈귀를 비에스트(wieszczy)라고 칭했고, 달빛에 비친 거리를 배회하는 창백한 그림자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50구나 되는 시신의 머리를 잔인하게 자른 것은 19세기 폴란드 사회가 흡혈귀에 아주 민감했음을 보여준다"며 "흡혈귀와 관련된 매장 풍습은 폴란드는 물론 남미, 미국에도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는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서 발견된 여성의 유골. 17세기 묻힌 여성의 목에는 날카로운 낫이 놓였다. <사진=Mirosław Blicharski·Aleksander Poznań>

학자들 설명대로 미국 역시 흡혈귀의 부활을 막기 위한 독특한 매장 풍습이 유행했다. 1990년 미국 코네티컷 묘지에서 부활을 막기 위해 대퇴골을 가슴팍에 십자가처럼 교차해 매장한 남성 유골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450구나 되는 시신을 한꺼번에 묻은 이유가 흡혈귀 말고 더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흡혈귀에 물린 사람들이 모두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분별한 마녀사냥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금까지 고고학자들이 알아낸 각국의 오래된 흡혈귀 퇴치법은 유형도 방법도 제각각이다. 폴란드의 경우 흡혈귀로 생각되는 망자의 가슴팍에 어린이 머리를 놓았다. 매장된 시신의 팔다리 주변을 단단한 벽돌로 채우기도 했다.

명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주연한 영화 '드라큘라'(1958). 흡혈귀의 대명사 드라큘라를 주제로 한 첫 컬러 영화다. <사진=영화 '드라큘라' 스틸>

조사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마늘, 십자가, 성수를 죽은 이와 함께 묻었다"며 "폴란드는 심장에 쇠말뚝을 박거나 참수하고 심지어 저주를 씻어낸다며 시신을 태우고 땅바닥에 못 박는 끔찍한 방법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고학계는 과거에 만연한 해괴한 흡혈귀 풍습의 원인이 결핵이라고 본다. 걸리면 거의 죽는 데다 전염되는 결핵은 페스트 이상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피부가 창백해지고 피를 토하는 결핵 증상이 흡혈귀와 비슷해 이런 풍습이 생겼다는 게 고고학계 중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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