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지표면 아래에 엄청난 양의 물이 차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물이 찬 곳이 너무 깊어 채취는 불가능하지만, 확인만 가능하다면 생명체 존재 여부까지 알아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SIO)는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화성의 물 존재를 입증한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PNAS)에도 실렸다.
SIO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 로버 인사이트(Insight)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 화성의 암석질 깊숙한 곳에 물이 존재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지하수의 양은 매우 많아 지표면으로 분출될 경우 화성 전체를 깊이 최소 1㎞, 최대 2㎞로 뒤덮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구팀은 2018년 11월 화성에 착륙한 인사이트가 2022년 12월 임무를 마칠 때까지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특히 인사이트 함께 화성으로 날아간 지진계 SEIS의 정보에 주목했다.
SIO 바샨 라이트 연구원은 "화성 지진파를 조사하면 땅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며 "지구에서 지하 수맥이나 유전을 매핑할 때 쓰는 것과 같은 암석 물리 모델을 이용해 인사이트와 SEIS의 화성 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화성 지하에는 액체의 물이 고인 파쇄 화성암 층이 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물이 대량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과거 화성의 기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큰 힌트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30억 년 이상 전에 화성을 뒤덮었다고 생각되는 방대한 양의 물이 어디로 갔는지는 학자들의 오랜 수수께끼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대단한 성과지만 이 물을 이용할 가능성은 현재 기술의 한계 탓에 극히 낮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물은 화성 지표면으로부터 11.5~20㎞ 깊이에 쌓인 관계로 퍼올리기 어렵다. 다만 어떻게든 인간의 손이 닿게 된다면, 물은 물론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알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바샨 라이트 연구원은 "물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화성의 기후나 지상·지하의 변천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그 출발점으로 우선해야 할 일은 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강의 흔적이나 삼각주, 호수 퇴적물, 물이 변질시킨 암석 등 과거 화성에 풍부한 물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여럿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화성의 물이 전부 우주로 달아난 것이 아니라 일부는 지각으로 스며들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역설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