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생존력으로 알려진 곰벌레(Water bear)가 강한 방사선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 이유가 조만간 규명될지 모르겠다. 완보동물의 하나인 곰벌레는 인간 치사량의 1000배에 이르는 방사선을 맞고도 죽지 않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UNC) 생물학 연구팀은 12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곰벌레가 방사선을 맞아도 죽지 않는 비결은 놀라운 DNA 복구 메커니즘이라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곰벌레가 가진 생존력 중 내방사선 능력에 주목했다. 곰벌레가 왜 대량의 방사선을 맞아도 죽지 않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DNA 복구 메커니즘을 자세히 분석했다.

곰벌레 DNA 복구 메커니즘 실험에 동원된 힙시비우스 엑셈플라리스 <사진=밥 골드스타인>

실험을 이끈 UNC 생물학자 밥 골드스타인 교수는 “곰벌레의 일종인 ‘힙시비우스 엑셈플라리스(Hypsibius exemplaris)’를 대상으로 감마선 실험을 진행했다”며 “감마선을 맞은 곰벌레의 DNA는 확실히 피해를 입었지만, 사람과 전혀 다른 수준으로 복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곰벌레는 감마선을 쬐자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생산성이 갑자기 향상됐다. 밥 골드스타인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곰벌레는 DNA 복구 유전자의 생성물 양을 비약적으로 올리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아무래도 이것이 곰벌레가 방사선에 대해 막강한 방어력을 발휘하는 비밀 중 하나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방어 메커니즘은 곰벌레 외의 다른 동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며 “이번 실험은 곰벌레 생존력의 비밀에 접근할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미생물이 유해한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구조를 해명하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곰벌레의 배아 <사진=밥 골드스타인>

1773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곰벌레는 0.5㎜가량으로 작지만 먹지 않고도 오랫동안 견디고 초고온이나 절대영도, 방사선, 극한의 충격 등 가혹한 환경에도 잘 버틴다. 곰벌레는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탈수가사 상태인 턴(tun)에 돌입해 스스로를 방어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조차 주목하는 곰벌레의 생존 시스템을 규명하면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낸 조사 보고서에서 곰벌레가 턴에 들어갈 때 특수 단백질을 만들며, 이것이 인간의 노화를 막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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