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자극해 특정한 기억을 골라 되살리는 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학계는 알츠하이머 등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골치 아픈 뇌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 신경과학자 브렌트 로더 교수 연구팀은 20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뇌의 해마를 자극해 특정 기억을 되살리는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이 기술은 뇌의 기억 코드를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마를 자극해 기억을 상기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컴퓨터 메모리 경로를 해킹해 일부 정보를 임의로 되살리는 방법이다.

브렌트 교수는 "개개인의 기억은 일상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깜빡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 연구의 출발은 기계의 도움으로 이런 기억을 강제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의 실험에서 신기술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효과가 두드러졌다"며 "기술이 완성되면 알츠하이머나 머리 부상 등으로 뇌 장애를 입은 사람의 기억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기술은 뇌에 이식한 임플란트를 통해 뇌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한다. 이를 컴퓨터로 해독해 모종의 프로그램 코드로 변환한다. 이후 코드를 바탕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를 자극하면 원하는 기억을 필요할 때마다 들춰낸다.

연구팀은 뇌전증 치료를 위해 뇌 전극을 이식한 성인 14명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시험했다. 사람, 동물, 사물 등 다양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각각 기억하게 하고, 피실험자의 뇌 활동을 전극을 통해 모니터링했다. 이후 기억 해독 모델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패턴을 만들어 해마를 자극하자 참가자들의 기억력이 평균 22% 향상됐다.
브렌트 교수는 "22%가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억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효과는 40%에 육박했다"며 "뇌를 임의로 자극함으로써 특정 활동을 활성·비활성하는 기술이 정립되면 그 가치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우리 기술의 최종 목표는 알츠하이머, 뇌졸중, 머리 부상 등으로 잃어버린 기억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고도화된 기억 재생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