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앞바다에서 시작하는 기나긴 해저산맥이 신종 해양생물의 보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호부터 단각류, 바닷가재 등 다양한 신종 생물과 기존 희귀종이 무더기로 확인돼 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슈미트해양연구소(Schmidt Ocean Institute, SOI)는 2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칠레에서 이스터 섬을 잇는 해저 산맥에 서식하는 신종 해양생물들을 소개했다.

SOI는 미국과 칠레 등 국제 해양생물학자들과 연계한 이번 조사에 심해 관측 로봇 수바스티안(Su Bastian)을 동원했다. 수바스티안은 칠레 앞바다에서 이스터 섬까지 총 길이 2900㎞에 달하는 나스카 및 살라스 이 고메즈 해령을 따라 해저 산맥을 탐색했다.

칠레에서 이스터 섬을 따라가는 해저산맥 수심 1389m에서 발견된 신종 심해어. 점씬벵이의 동료로 추측된다.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탐사에 참여한 칠레 카톨리카델노르테대학교 하비에르 교수는 “4500m 깊이까지 내려간 수바스티안은 해저산맥을 구성하는 해산 약 200좌 중 10좌를 중심으로 탐사를 진행했다”며 “생각지도 못한 신종 해양생물이 무더기로 확인됐는데, 줄잡아 100종이나 된다”고 전했다.

수바스티안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는 학자들이 본 적 없는 산호와 성게, 바닷가재, 단각류, 유리해면들이 담겼다. 비록 신종은 아니지만 위플래시 오징어 등 독특하고 기묘한 형태의 희귀 두족류가 카메라에 이따금 잡혔다.

하비에르 교수는 “바다는 지구 전체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탐사되지 않았다”며 “아직 해양생물은 극히 일부밖에 탐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발견이 속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쪼그려 앉은 듯 땅딸막한 스쾃 로브스터. 칠레 바다의 669m 깊이 산호초 군락에 서식한다.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이어 “주목할 점은 거대한 해저산맥을 구성하는 해산에 각각 전혀 다른 심해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사실”이라며 “바다 밑의 산들은 활동을 멈춘 사화산의 흔적이 대부분인데, 표면에 먹이나 영양분이 풍부해 생태계가 잘 조성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SOI는 칠레와 이스터 섬을 연결하는 해저 산맥에 이런 활발하고 건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나스카 데스벤투라다스 및 후안 페르난데스 등 여러 해양공원의 순작용이 결정적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점에서 바다에 보다 많은 대규모 보호구역을 지정해 생물 다양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적인 희귀종 두족류 위플래시 오징어. 1105m에서 촬영됐다.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하비에르 교수는 “이번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신종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보람 있는 작업”이라며 “이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살라스 이 고메즈 해령의 두 번째 탐험 결과도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양생물학자들은 이번 연구처럼 보다 많은 심해 생물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SOI는 10년간 10만 종의 신종 해양생물을 발견하는 중기 목표를 갖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