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과일이나 발효식품의 냄새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만큼 몸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UC 리버사이드)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냄새는 후각세포가 특정 화학물질과 반응, 뇌에 신호를 보내 발현되는 감각으로,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잘 익은 과일이나 발효식품 냄새의 근원이 되는 화학물질이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 조사했다. 다양한 과일을 숙성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디아세틸이라는 물질이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의 억제제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아냈다. 다양한 HDAC 억제제는 암은 물론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잘 익은 과일 냄새에 포함된 물질이 HDAC 억제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디아세틸은 과일의 발효 도중 효모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화합물"이라며 "팝콘 등에 버터의 향기를 묻히거나 전자담배에 향기를 입히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염색질 구성에서 기본 단백질인 히스톤에 작용하는 효소 HDAC가 억제되면 발현이 저해된 유전자가 쉽게 활성화되고, 이것이 여러 암세포에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세부적으로 연구팀은 광대파리와 생쥐를 디아세틸 증기에 5일간 노출시켰다. 그 결과 광대파리와 생쥐의 세포, 폐, 촉각 등 다양한 조직의 유전자 발현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났다.

디아세틸은 다양한 유형의 발효식품에도 포함된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특히 배양 중인 인간 신경아세포종(신경모세포종이라고도 하는 악성 종양)에 디아세틸 증기를 쐬자 종양 세포의 성장이 둔하됐다"며 "신경변성 질환인 헌팅턴병을 일으키도록 유전자 변이된 광대파리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신경변성 진행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미생물이나 음식에서 방출되는 일부 휘발성 화합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뉴런이나 다른 진핵세포의 상태에 뚜렷한 변화를 야기하는 휘발성 화합물의 특정은 난치병 치료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다만 디아세틸 증기를 직접 흡입하면 기도 세포 변이나 폐쇄성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발현에 변화를 가져올 다른 휘발성 물질을 특정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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