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변모한 '도라'가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은 지난 8일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더불어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 탓에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FEMA는 14일 낸 하와이 화재 중간 보고서에서 불이 어떤 이유로 난 것인지는 추후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한 번 붙은 불이 급히 번진 이유는 '도라'의 영향과 극심한 가뭄, 즐비한 목조 주택 및 난립한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는 8월이 원래 건기이고, 마우이섬의 경우 이번 달 유난히 비가 적어 섬의 16% 이상이 심각하게 가물었다.

헬기가 촬영한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 현장. 가옥 등 건물은 대부분 불타버렸다. <사진=CNN·11Aliv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elicopter video | Hawaii fire damage' 캡처>

여기에 하와이 남쪽 약 1000㎞ 해상을 대형 허리케인 '도라'가 통과했다. '도라'의 당시 중심 기압은 약 960헥토파스칼(hPa)이었다. 북쪽에는 중심 기압 약 1030hPa의 고기압이 자리한 탓에 하와이는 극단적 기압차에 끼어 강풍이 불어댔다.

FEMA 관계자는 "강풍은 라하이나 동쪽의 웨스트마우이산 경사면을 타고 더 세차고 건조해졌다. 풍속은 한때 허리케인 수준인 초속 36m로 파악됐다"며 "바람이 강해진 것은 사람들이 자는 한밤중이어서 막대한 산불 피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와이는 18세기 외부인들이 유입되면서 불에 타기 쉬운 외래종 식물도 많이 들어왔다"며 "이런 식물이 하와이 전체의 26%를 덮어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킬라우에아 등 화산 폭발이 잦은 하와이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화재는 전례가 드물다. <사진=pixabay>

산불 피해가 집중된 라하이나는 하와이 왕국의 한때 수도로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이 즐비하다. 여기에 과도한 관광 붐으로 부대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라하이나는 불타기 쉬우면서 화재 진압은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FEMA는 분석했다.

FEMA 관계자는 "하와이는 비가 지속적으로 줄어 1912년부터 100년간 주 면적의 90%가 건조 지대라는 관측 데이터도 있다"며 "최근 하와이 인근에 허리케인이 자주 발달하는 등 자연조건이 나빠졌음에도 산불 경보조차 울리지 않는 등 인재로 볼 점도 다분하다"고 아쉬워했다.

하와이 주정부는 라하이나를 중심으로 한 마우이섬 화재로 지금까지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났다고 파악했다. 실종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라하이나를 상징하는 수령 150년 된 반얀나무가 타오르는 불길에 살아남아 그나마 위안이 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