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천체의 지하에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바다는 유기화합물이 의외로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기화합물이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는 타이탄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학자들이 주목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관측 정보와 시뮬레이션 끝에 다소 아쉬운 결론에 다다랐다.

태양계에는 두꺼운 얼음 아래 지구보다 광활한 바다를 품은 천체 후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토성 위성 타이탄과 엔켈라두스, 목성 위성 유로파와 가니메데, 왜행성 하우메아다. 이러한 천체의 환경은 우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연결되기에 늘 관심이 뒤따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촬영한 타이탄. 부분 이미지들을 합성한 결과물이다. <사진=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식 홈페이지>

표면의 두꺼운 얼음에서 짐작 가능하듯, 이런 천체에 닿는 태양 에너지는 얼음을 녹일 정도로 강하지 않다. 학자들은 다른 천체의 중력이 야기하는 조석력이나 암석의 방사성 물질의 붕괴열로 얼음이 녹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에서 지열에너지에 의지하는 생명체는 지구에도 있어 지하 해저에 펼쳐진 생물권은 쉽게 상상된다. 다만 생명체는 물 하나만으로 생존할 수 없고, 생명 활동의 에너지원인 유기화합물이 필요하다. 여러 탐사 장비에 의해 타이탄이나 유로파, 엔켈라두스의 바다에 유기화합물이 존재할 징후가 여러 차례 포착됐는데, 생명을 유지할 수준인지 학자들은 확신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타이탄에 주목했다. 타이탄은 거듭된 관측을 통해 표면에 풍부한 유기화합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메탄이나 에탄 등 극히 단순한 분자지만, 더 큰 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엔켈라두스 위를 비행하는 카시니의 상상도. 엄청난 높이의 수증기를 뿜어내는 엔켈라두스는 지하에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타이탄이 지구 같은 플레이트 텍토닉스(지구 겉면은 여러 판으로 이뤄지고 이들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지질 현상들이 일어난다는 학설)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즉 연구팀은 타이탄 지표면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방법이 한정적이라고 여겼다. 여기서 떠올린 것이 천체 충돌이다. 이 경우 막대한 에너지로 얼음이 녹아 물과 유기화합물이 혼합되고, 얼음보다 밀도가 높은 물이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가 가정한 타이탄 시나리오에 가장 단순한 아미노산인 글리신을 대입, 천체 충돌 시 생성되거나 분해되는 속도를 계산했다"며 "타이탄에 대한 천체 충돌 확률 추정치에 따라 바다에 공급되는 글리신의 양은 연평균 7500㎏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2034년 타이탄 탐사가 예정된 드래곤플라이. 타이탄의 바이오 시그니처, 즉 생명체의 주된 흔적인 메탄 검출에 집중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타이탄의 바다는 지구보다 훨씬 광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정도 양의 글리신이 투입되면 유기화합물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타이탄은 유로파나 엔켈라두스 같은 다른 후보 천체보다 많은 유기화합물이 있다고 기대를 모았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맞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 첨단 장비의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NASA는 오는 2028년 타이탄 탐사 장비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발사할 계획이다. 옥토콥터인 '드래곤플라이'는 타이탄에 도착한 후 메탄 검출을 시도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