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과 피부 등을 구성하는 생물 유래의 케라틴을 바르면 발모가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일본 쓰쿠바대학교 재료화학자 야마모토 요헤이 교수 연구팀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케라틴을 마이크로 구체 겔로 만들어 피부에 바른 쥐의 발모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지난달 미국 바이오 학술지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현재 다양한 발모제가 존재하지만 효과의 개인 차가 크고 부작용 때문에 정식 승인을 받은 약이 적은 점에 주목했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마이크로 케라틴 구체 겔은 사람 등 생물 성분을 사용해 부작용이 적고 약을 사용하기 어려운 산후 여성도 사용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동물의 모발 유래 케라틴을 겔로 만들어 바르면 발모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케라틴은 머리카락과 손톱,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수만~수십만 개나 되는 분자량으로 사슬처럼 연결되는 구조다. 연구팀은 원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바르는 발모제 미녹시딜을 케라틴 구체에 넣은 폴리머를 만들 계획이었다.

야마모토 교수는 "양모에서 얻은 수용성 산화 케라틴을 미스트 형태로 만들어 아세트산에틸에 뿌리면 탈수해 케라틴이 대단히 얇은 실처럼 변한다"며 "이렇게 만든 실을 수도 없이 뭉친 마이크로 케라틴 구체에 미녹시딜을 섞으면 탈모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a)전자현미경으로 본 케라틴 마이크로 구체 (b)광학현미경으로 본 케라틴 마이크로 구체 (c)겔로 만든 케라틴 마이크로 구체 <사진=쓰쿠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야마모토 요헤이>

연구팀이 구체를 완성하자 쓰쿠바대 일부 교수들은 미녹시딜 없이 그대로 발라 보자는 의견을 냈다. 미녹시딜은 FDA 승인을 받은 몇 안 되는 발모제지만 두통, 어지럼증, 구토, 유방 팽대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야마모토 교수는 미녹시딜 없이 완성한 마이크로 케라틴 구체 겔을 털을 밀어낸 생쥐의 등에 발랐다. 겔을 바른 쥐는 이틀째부터 솜털이 돋아났다. 1% 미녹시딜을 바를 경우 하루 이틀 만에 솜털이 자랐다. 물만 바른 쥐의 등에는 1주일 지나서야 털이 돋았다. 부작용을 감안하면, 생물 유래의 케라틴만 활용한 마이크로 구체 겔 쪽이 훨씬 안전하다는 게 연구팀 판단이다.

위로부터 물, 1% 미녹시딜, 마이크로 케라틴 구체를 이용한 쥐 발모 실험 <사진=쓰쿠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야마모토 요헤이>

야마모토 교수는 "원래 털은 성장과 퇴행, 휴지 등 3개 사이클을 반복한다"며 "마이크로 구체 겔을 구성하는 고농도 케라틴이 모발이 빠진 모근에 들어가 털의 성장 주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실험에서 인모 수용성 산화 케라틴을 쓰지는 않았지만 부작용 면에서 생물 유래 케라틴의 우위는 파악됐다"며 "인체 유래 케라틴 겔의 구체적인 효과를 향후 검증하는 한편, 케라틴을 발라 털이 자라는 자세한 메커니즘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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