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처럼 빠르게 달려봐."
0.1초를 다투는 기록 스포츠 선수들은 대화를 통한 자극 만으로 집중력이 올라가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향상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선수의 기록 향상을 위한 스포츠 트레이닝 기법이 주로 육체 단련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 에식스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저널 스포츠과학(Journal of Sports Sciences) 3월 호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육상이나 수영 등 속도로 승부하는 기록 스포츠 선수들이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데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사했다. 운동선수는 몸을 단련하는 것만큼이나 순간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수많은 선행 연구에 주목한 연구팀은 집중력이 한창 활성화되는 14~15세 육상 선수 20명을 모집, 실험에 나섰다.
피실험자들은 20m 초단거리 달리기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뛰기 전 "페라리처럼 달려봐" "제트기가 빠르게 날아오르는 상황을 떠올려" 등 속도에 관련된 말을 지속적으로 걸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의 가속력은 최대 3% 높아졌다.
실험을 이끈 에식스대 제이슨 모런 교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환경에 집중하면 퍼포먼스가 향상된다는 사실은 많은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는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중해야 좋은지 들여다본 것인데, 속도와 관련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화만으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교수는 "개인차가 있지만 청소년 운동선수가 20m 초단거리 달리기에서 가속력을 최대 3% 올리려면 짧아도 몇 주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며 "현대 스포츠 과학은 선수의 신체, 즉 물리적인 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적·정신적 트레이닝이나 자극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기록 스포츠 선수들의 지도 방법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실험 결과를 잘 응용하면 선수들의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한편, 집중력이 낮은 선수 등 특성별 맞춤 육성법도 고안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