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변형한 소를 통해 인슐린 우유를 생산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당의 대사 조정 기능을 가진 인슐린의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프로인슐린과 인슐린이 포함된 우유를 생산하는 트랜스제닉 소를 사람의 DNA를 소의 배아 세포에 넣는 방식으로 얻었다고 12일 발표했다.

인슐린은 전구체인 프로인슐린이 췌장에서 합성돼 분비되기 직전 생성된다. 혈당을 떨어뜨리고 많은 조직 및 기관의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인슐린은 당뇨를 앓는 이들의 생명수와 같다.

사람의 DNA를 배아에 삽입한 소의 젖에서 인슐린과 프로인슐린이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현행 주사제 인슐린은 인간의 인슐린 유전자를 박테리아의 DNA에 삽입해 생산한다. 혈당 조절이 어려운 당뇨인들의 필수 의약품인 인슐린의 가격은 미국을 기준으로 최근 10년 새 3배 넘게 치솟았다. 인슐린을 제때 공급받지 못할 상황에 몰린 환자들은 자가 제조까지 시도하는 실정이다.

연구팀이 만들어낸 소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트랜스제닉이다. 성장까지 문제가 없었고, 사람의 프로인슐린과 인슐린을 포함한 우유를 생산했다. 일리노이대 매튜 힐러 박사는 “직접 인슐린을 포함한 우유가 분비되는 것은 예상외”라며 “프로인슐린을 제조하고 정제해 인슐린을 얻는 것이 목표였으나 트랜스제닉 소는 수고를 크게 덜어줬다”고 전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트랜스제닉 소의 젖은 약 3 대 1의 비율로 생물학적으로 활성화된 인슐린과 프로인슐린을 포함했다. 우유 1ℓ당 포함된 인슐린은 몇 g 수준으로, 유량이 보통 소보다 적었기 때문에 정확한 인슐린 생산량은 아직 모른다.

인간 DNA를 소 배아세포에 넣는 방식으로 얻은 트랜스제닉 소(왼쪽)와 실험에 참가한 일리노이대 매튜 휠러 박사 <사진=일리노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힐러 박사는 “트랜스제닉 소의 우유 1ℓ당 1g의 인슐린이 들었다고 가정할 때, 전형적인 홀스타인 젖소의 하루 유량 40~50ℓ에 대입하면 상당량의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슐린의 국제단위 1IU는 순수 인슐린 결정 0.0347㎎에 해당한다. 힐러 박사는 “개인차가 있지만 1형 당뇨병 성인 환자는 점심때 속효성 인슐린을 8~10IU 섭취한다”며 “1회 식사에 10IU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1ℓ의 유전자 조작 우유에서 점심 2881회분, 무려 8년분의 인슐린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연구팀은 트랜스제닉 소가 당뇨병 환자에 값싼 인슐린을 공급할 길을 열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 하고 효율적인 채취 및 정제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실현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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