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가 날갯짓을 이용해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의 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날개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도 사용된다는 주장에 관심이 모였다.

일본 도쿄대학교 스즈키 토시타카 부교수 연구팀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관찰 보고서를 공개했다. 참새목 박새과 조류 박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아프리카, 러시아 극동까지 널리 서식하는 텃새다.

연구팀은 새들이 사람이나 유인원 등과 마찬가지로 개체 간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조사했다. 새의 날개가 비행 외에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 연구팀은 2023년 5~6월 일본 나가노현 키타사쿠 지역 숲에서 관찰에 나섰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연구팀은 새집을 만들어 숲에 설치했다. 새집 입구는 일부러 박새 한 마리만 드나들도록 작게 만들었다. 새집은 육아를 하는 암수 박새 총 8쌍이 이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포착됐다.

동시에 둥지로 돌아온 수컷에게 빠르게 날갯짓하는 박새 암컷. 도쿄대 연구팀은 이 제스처가 먼저 들어가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스즈키 토시타카>

스즈키 부교수는 "암수 박새가 동시에 먹이를 물고 돌아온 경우, 한쪽이 날개를 빠르게 퍼덕였다"며 "이를 본 상대는 하나같이 먼저 새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날개를 퍼덕이는 쪽은 주로 암컷으로, 이를 본 수컷은 먼저 들어가 새끼들에 먹이를 줬다"며 "암컷의 이 몸짓이 관찰된 것은 모두 24회로, 그중 23회는 수컷이 먼저 새집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컷은 날갯짓을 하지 않을 때는 먼저 새집에 들어갔다. 또 한 마리만 먹이를 물고 새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날갯짓이 암수 어느 쪽에서도 관찰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박새 <사진=pixabay>

스즈키 부교수는 "이번 실험은 박새가 뚜렷한 목적을 갖고 날개를 움직였음을 보여준다"며 "박새는 아마 이외에도 날개를 이용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교수는 "사람은 이족보행을 하면서 양손이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제스처를 발달시켰다"며 "새들 역시 날개나 울음소리를 적극 이용해 서로 대화하고 의사를 전달한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박새가 다른 상황에서도 날갯짓 대화를 시도하는지 추가 관찰할 계획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의 제스처의 진화 역사를 들여다볼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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