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조류는 대략 9000만 년 전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 10년에 걸친 대규모 조사의 성과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조류 그룹의 대다수가 공룡이 멸종한 틈을 이용해 종 확장에 성공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최대한 상세한 조류 계통을 알아내기 위해 장기간 대규모 조사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에는 코펜하겐대를 비롯해 중국 저장대학교와 호주 시드니대학교 등이 참여했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방대하고 상세한 조류 계통을 밝혀낼 수 있었다.

현생종 새들은 약 90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코펜하겐대 생태·진화학자 조세핀 스틸러 교수는 "우리 연구에서는 363종의 조류 게놈을 분석하고 주요 조류 그룹의 기본적인 관계를 재조사했다"며 "여기서 떠오른 새로운 계통은 지금까지 생각돼 온 새들의 관계를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키위나 타조가 포함되는 고악류를 비롯해 꿩·오리류, 신조류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새의 95%가 속한 신조류는 다시 육지조류와 바다새류, 열대조류, 뻐꾸기류, 쏙독새류, 비둘기류, 홍학류(이상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칭함), 물떼새류, 학류, 호아친류(이상 오펀이라 칭함) 등 총 10종으로 구성된다.

조세핀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신조류의 10개 소그룹, 특히 고아(오펀)라는 그룹명이 붙을 만큼 연구가 부족한 물떼새류와 학류, 호아친류의 많은 정보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363종의 새 게놈을 바탕으로 주요 조류 그룹의 관계를 다시 연결했다. <사진=코펜하겐대학교·조세핀 스틸러>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호주인들에 친숙한 참새목 아목 명금류와 그 근연종이 앵무새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명금류는 전체 조류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거대 그룹으로 현생 조류만 29목 160과 약 9000종이나 된다.

조세핀 교수는 "명금류는 약 5000만 년 전 지금의 호주가 자리한 곳에서 탄생했고, 지구 곳곳으로 퍼져 새들의 동료 중 가장 성공한 그룹이 됐다"며 "조류는 공룡이 멸종한 틈을 이용해 계통을 크게 늘려 갔다는 기존 가설이 우리 조사로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새가 등장한 시기를 밝히는 것"이라며 "유전자나 단백질 속 분자가 생물 진화에 따라 변화하는 분자시계 이론에 따른 게놈 진화를 모델화하고 200개 가까운 화석에서 얻은 데이터를 대입해 새의 계통에 연대를 할당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류는 공룡이 멸종한 기회를 잡아 계통을 크게 확장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했다. <사진=pixabay>

이런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모든 조류는 9000만 년 전 같은 조상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현대의 새들이 대부분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약 2500만 년 후의 일로, 이는 약 6500만 년 전 공룡시대가 끝난 타이밍과 거의 일치한다. 

조세핀 교수는 "10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새들이 어떻게 분기했고 각자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 통찰하게 해준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현존하는 1만 종의 새 전체의 게놈 배열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교수는 "현시점에서 조류학자들에게 남겨진 가장 큰 수수께끼는 남미에 서식하는 호아친과 다른 조류의 관계"라며 "지금까지는 방대한 게놈 데이터가 있어도 이 새의 관계를 단정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의 조사에서는 이 역시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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