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직 외계인과 조우하지 못하는 것은 고도의 인공지능(AI)에 의해 외계 문명들이 붕괴했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우주물리학자 마이클 개릿(60) 교수는 국제 천문학 저널 악타 아스트로노티카(Acta Astronautica) 최신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우주에는 인류 외에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다만 위대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제기한 역설처럼 지금까지 인류가 외계인 또는 그들의 문명과 접촉한 적은 없다.

인류가 외계인과 여태 조우하지 못한 것은 AI가 그레이트 필터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영화 '디스트릭트9' 스틸>

지금까지 학자들은 페르미 역설의 이유를 여럿 제기해 왔다. 외계인 입장에서 태양계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부터 외계 문명이 생존 전략을 위해 다른 문명을 멸망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마이클 개릿 교수는 외계인이 이미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문명을 창조했지만 AI에 멸망했다고 추측했다. AI가 지적 문명의 발전을 방해하는 그레이트 필터로 작용하면서 성간 이동이 가능할 정도의 앞선 문명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다. 그레이트 필터란 생명체가 발달하고 뻗어나가는 것을 막는 장벽을 의미한다.

마이클 개릿 교수는 "외계 문명이 여러 행성이나 항성계를 이동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행성 규모의 기후변화나 핵전쟁, 소행성 충돌, 초신성, 역병 등이 꼽혀왔다"며 "인류와 외계인이 조우하지 못하도록 막는 그레이트 필터는 아무래도 AI 같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는 오래됐지만 인간을 태우고 성간 비행을 할 정도까지 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았다. <사진=pixabay>

AI는 SF 영화 속 장면들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고 있다. AI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어내고 자율주행차량을 움직이게 하며, 우주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전에 없던 앞선 기술은 인간에 많은 혜택을 주는 한편, AI의 급속한 발전이 낳은 인공 초지능(ASI)이 인간의 감시를 넘어 파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오래전부터 나왔다.

창조자의 감시를 벗어난 AI로 인해 문명이 말살되는 것을 막으려면 행성 개척이 필수라는 게 마이클 개릿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다른 행성이나 항성계에 진출하면 지구가 멸망해도 인류가 살아남는다"며 "여러 행성에 걸친 생물종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의 독립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생존 전략을 다양화하고, 하나의 행성에 묶인 문명이 소멸하는 대참사를 피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교수는 "인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AI 개발과 우주개발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라며 "AI는 컴퓨팅 능력과 데이터가 있으면 앞으로도 순조롭게 발달하겠지만, 우주는 인간의 생물학적 제약이나 에너지 문제 등 극복할 과제가 산더미"라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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