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룡의 몸집이 점점 커진 이유는 지상을 걷기 위한 진화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룡과 같은 시기에 출현해 백악기 말 멸종한 익룡은 몸집이 갈수록 거대해져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파충류의 일종인 익룡은 지상에서 이족보행 또는 사족보행을 하기 위해 진화하면서 덩치가 계속 커졌다고 전했다. 

익룡의 발 진화에 주목해온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익룡 화석을 분석, 진화의 방향을 추적했다. 레스터대 고생물학자 로버트 스미스 교수는 "중생대(약 2억5000만 년~6600만 년 전) 익룡은 지구 생명체 최초로 하늘을 난 척추동물"이라며 "이번 조사에서는 초기 익룡이 나무도 잘 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프테라노돈 등 익룡 중에는 날개를 펼치면 10m가 넘는 거대한 종도 존재했다"며 "이 때문에 학계는 주로 익룡의 큰 날개와 비행능력에 관심을 가졌지만 다리의 진화에도 의외의 비밀이 숨어있었다"고 강조했다.

나무 위 생활을 위해 진화한 쥐라기 전기 스카포그나투스의 앞뒤 발가락뼈 상상도 <사진=로버트 스미스>

연구팀에 따르면, 익룡의 거대화의 열쇠가 된 것은 지상을 능숙하게 걷는 능력이다. 로버트 스미스 교수는 "초기 익룡은 나무 타기에 특화돼 현생종 도마뱀이나 딱따구리 등 조류와 같은 다리의 극단적인 변형을 볼 수 있다"며 "초기 익룡의 발가락은 크고 휘어진 발톱이 맨 끝에 붙어 나무 타기에 딱 좋았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스카포그나투스와 같은 초기 익룡들은 아마도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했을 것"이라며 "꼬리는 여전히 길었지만 발가락 끝으로 체중을 지탱하느라 몸은 작고 가벼워졌고, 날카로운 이빨로 곤충과 기타 작은 동물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쥐라기 중기 이후 지상 생활에 대응하기 위해 익룡의 발 진화가 또 한 번 이뤄졌다고 봤다. 약 1억7410만~1억6350만 년 전에 이르자 익룡의 발은 지상에 사는 동물들의 그것과 많이 닮은 형태까지 변화했다는 이야기다.

나무 위 생활을 마치고 육상 보행을 위해 진화한 익룡 발라에노그나투스. 발가락뼈 끝의 갈고리 구조가 작아졌고 꼬리가 한층 짧아졌으며 몸집은 점점 커졌다. <사진=로버트 스미스>

로버트 스미스 교수는 "발라에노그나투스 등 쥐라기 후기의 보다 진화한 익룡은 발가락 마디 뼈가 길고 끝 쪽 뼈는 짧아졌으며 발톱은 많이 굽지 않았다. 이는 나무 타기보다 지상을 걷기 편한 형태"라며 "날개의 막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초기 익룡은 뒷다리가 날개막으로 연결돼 보행에 방해가 됐는데, 후기 익룡은 막이 몸의 정중선을 따라 갈라져 뒷다리를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익룡이 지상을 걷기 쉬워짐으로써 먹이를 취하는 전략이 한층 많아졌다고 봤다. 로버트 스미스 교수는 "익룡의 진화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하늘을 나는 힘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동 방법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익룡이 나무나 땅 위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심층 조사하면 고대 생태계에서 이들의 역할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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