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색소를 만들어내 염색하는 세균을 이용, 대체 가죽을 만드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버섯 등 식물을 주로 이용하는 대체 가죽은 동물 복지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합성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생분해성이 뛰어난 바이오 대체 가죽을 소개했다. 이 가죽은 유전자를 조작한 세균을 이용해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일찍이 친환경 가죽 소재로 세균이 적합하다고 여겨왔다. 패션 잡화 등에 흔히 이용되는 가죽은 제조 과정에서 환경에 큰 부담이 발생한다. 소 사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물론 제혁 과정에서 많은 화학약품과 물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하는 인조 가죽은 오래전에 개발됐지만 석유계 원료를 주로 쓰는 관계로 제조 과정에서 실제 가죽 제품 못잖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뭣보다 생분해성이 없어 폐기할 때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연구팀은 코마가타에이박터 라에티쿠스(Komagataeibacter rhaeticus)라는 세균을 대체 가죽의 원료로 주목했다. 이 세균은 건강음료로 각광받는 홍차버섯 배양액(콤부차)에 들어가는데, 식물의 주성분 중 하나인 셀룰로오스를 빠르게 생성한다.
연구팀은 코마가타에이박터 라에티쿠스의 멜라노사이트 속 효소 티로시나아제의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조작했다. 멜라노사이트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색소세포의 하나이며, 티로시나아제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한다. 변형된 코마가타에이박터 라에티쿠스를 신발 모양 틀에 넣고 14일 배양하자 신발 형태의 셀룰로오스 시트가 탄생했다.
ICL 톰 엘리스 교수는 "구두 모양 틀에서 자란 셀룰로오스 시트를 부드럽게 흔들자 코마가타에이박터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 시트 자체가 검게 염색됐다"며 "같은 방법으로 만든 시트 2장을 꿰매어 세련된 디자인의 지갑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지속 가능한 자기 염색 대체 가죽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세균이 만드는 셀룰로오스는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미미하고 물이나 시간 등 재료가 소 사육에 비해 적게 들며, 석유계 원료를 쓰지 않아 생분해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세균에 푸른빛을 쬐면 색이 바뀌는 특징을 이용하면 별도의 염료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톰 엘리스 교수는 "바이오 대체 가죽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혁신적인 신소재인 만큼, 실용화를 위해 실제 패션 업계와 접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