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반도 북부의 텔 하브와 유적에서 3500년 전 고대 이집트 파라오가 지은 것으로 보이는 요새화된 별궁(행궁)이 발견됐다. 진흙 벽돌로 축조한 별궁은 이집트 신왕국 제18왕조 투트모세 3세의 것으로 추측된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중해 정복을 위해 시나이반도를 군사 원정지로 삼았던 투트모세 3세의 별궁 터를 소개했다. 은밀한 별궁 터가 나온 텔 하브와는 현재의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약 257㎞ 떨어진 수에즈 운하 인근에 자리한다.
조사 관계자는 “3500년 전 고대 이집트 지배자들은 자주 동지중해로 군사 원정을 떠났다”며 “투트모세 3세를 비롯한 많은 파라오가 병사들의 진출이 쉬운 시나이반도를 경유해 머나먼 원정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서아시아의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사이에 자리한 시나이반도에 파라오의 별궁이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며 “별궁은 당시 군대가 시나이반도를 횡단할 때 들러 물자를 보급하거나 몸을 숨긴 전략적인 장소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고학자들이 이런 생각을 떠올린 이유는 행궁 터의 독특한 구조다. 조사 관계자는 “사방에 엄폐물이 없는 사막을 고려한 방의 배치와 도자기 파편이 내부에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건물은 사람이 오래 머물기보다 보급이나 은신 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두 개의 연속된 직사각형 홀과 인접한 몇 개의 방이 규칙 없이 배치되는 등 별궁의 구조는 고대 이집트 왕궁과 다르다”며 “건물 주변에 벽을 둘러 주위를 강화한 것으로 보아 이곳은 이집트를 동쪽으로 확장하기 위한 파라오의 군사 거점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집트에서 시나이반도를 지나 가자 지구에 이르는 루트가 지금도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별궁 터에 관심을 보였다. 방 여러 곳에서 어린이 등 사람의 유골이 나온 것은 이곳이 제21~25왕조에 이르러서는 매장지로 용도 변경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러모로 특이한 텔 하브와 별궁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투트모세 3세는 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6대 파라오다. 기원전 1479년 4월 28일부터 기원전 1425년 3월 11일까지 54년간 재위했으며, 이집트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 벽에는 그의 원정을 기념한 거대 그림이 남아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