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이 내는 소리 1000여 개를 분석해 인간 언어와 공통점을 대조하는 색다른 시도가 미국 대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인원은 포유류 영장목 사람상과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으로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보노보, 긴팔원숭이과를 아우른다.
미국 코넬대학교 생태학 연구팀은 보르네오오랑우탄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분석, 인간의 언어와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보르네오오랑우탄 수컷 13마리가 내는 롱 콜(long calls)이라는 소리 약 1000개를 오랜 기간에 걸쳐 녹음했다. 이후 인공지능을 이용해 각 소리의 유사성에 따라 117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조사에 참여한 코넬대 생태학자 웬디 어브 교수는 "보르네오오랑우탄이 내는 포효나 한숨 등 무려 1033개 소리를 AI가 정밀 분석했다"며 "빠른 시간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상치를 뽑아내는 AI 덕에 인간과 오랑우탄 사이의 공통 언어가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오랑우탄이 사용하는 언어 롱 콜의 복잡성을 풀어내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보르네오오랑우탄은 학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소리를 통해 의사를 교환한다"고 덧붙였다.
원숭이나 고래 등 고등동물이 독자적인 언어를 가졌으며, 이를 통해 의사소통한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그중에서도 유인원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은 사람의 언어에 가까운 고도의 소통 방법을 발달시킨 것으로 생각돼 왔다.
웬디 교수는 "우리 연구는 오랑우탄의 몸짓이 아닌 소리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분석하고 인간의 언어와 유사성을 들여다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유인원의 언어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지만 향후 다양한 유인원의 언어를 AI로 들여다보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질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