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의 많은 청정 하천 색깔이 급변한 원인은 영구동토의 융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푸르고 투명한 알래스카의 수십 개 하천은 수년에 걸쳐 녹물처럼 주황색으로 변해 많은 우려를 샀다.

미 국립공원국(NPS) 및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 데이비스) 생태학 연구팀은 20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알래스카 로키산맥 최북단 브룩스 산맥의 강 색깔이 영구동토 융해의 영향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조사를 이끈 NPS 생태학자 존 오도넬 연구원은 "사실 이번 현상의 징후는 2018년 알래스카의 강 지류 조사 때 감지됐다"며 "애초에 금속계 광물을 의심했지만 주변엔 광산이 없어 6년간 가능한 많은 샘플을 모아 강물 색이 변한 장소를 정리해 왔다"고 말했다.

광물 유입으로 주황색으로 변해버린 미국 알래스카 주 일부 하천. 정상 하천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사진=UC 데이비스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Alaska's Rusting Rivers: The Alarming Impact of Permafrost Thaw on Arctic Rivers' 캡처>

그는 "최근 75개 지점의 물 샘플 분석 결과 금속계 광물이 풍화되고 물의 산성도가 높아지면서 강으로 철, 아연, 구리 등이 유입됐다"며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의 얼음층이 녹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주황색을 띠는 강물은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유백색이 낀 오렌지주스 같은 강물이 흐르는 지류도 몇 군데나 확인됐다. 이번 상황은 지구 저궤도에 뜬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인공위성에서도 파악될 정도다.

오도넬 연구원은 "강 오염은 게이츠 오브 더 아크틱 국립공원 보호구역 인근 하천에서 특히 심하다"며 "이곳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데, 주황색 물이 강산성이므로 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샘플 조사 결과 심한 지류의 pH 척도(7보다 낮을수록 산성)는 2.3에 달했다. 미국 하천이 평균 pH 8로 약알칼리성인 점을 감안하면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오도넬 연구원은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이번 현상은 제가 파악한 2018년보다 10년이나 이른 시점에 시작됐음을 최근 알아냈다"며 "최소 16년에 걸쳐 작은 원류에서 큰 강, 다시 지류까지 천천히 오염되는 바람에 어류와 무척추동물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지표면의 얼음층이 녹는 현상은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영구동토를 회복하더라도 한 번 오염된 하천이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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