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약 2억8000만 년 전 파충류 및 양서류의 흔적이 나와 고생물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탈리아 밀라노자연사박물관(CMSN)은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북이탈리아 알프스 트레킹 코스를 걷던 부부가 2억8000만 년 전 파충류와 양서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바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바위가 자리한 곳은 이탈리아 북부 발텔리나 오로비 산맥이다. 지속되는 온난화로 눈이나 얼음이 녹으면서 지표에 나타난 이 희귀한 바위의 역사는 공룡이 출현하기 이전 시대인 페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CMSN은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부부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 인근 계곡 하행길을 발밑을 보며 걷다 옅은 회색 돌판이 지표면에 노출된 것을 눈치챘다"며 "자세히 보니 물결 모양으로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우리에게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아티스트가 재현한 2억8000만 년 전 이탈리아 북부의 생태계 <사진=CMSN 공식 홈페이지·Fabio Manucci>

이어 "면밀한 조사 결과 해발 1700m 지점에서 발견된 희한한 자국들은 선사시대 파충류의 발자국으로 밝혀졌다"며 "전문가들이 현지를 방문해 조사했더니 파충류, 양서류, 곤충 발자국이 찍힌 돌이 더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바위에 찍힌 발자국을 조사한 CMSN 학자들은 최소 5종의 생물을 특정했다. 이 시대 공룡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지만 큰 발자국에서는 몸길이가 2~3m나 되는 대형 생물의 존재도 드러났다.

조사 관계자는 "발자국의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아 발톱 자국, 복부의 피부 무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며 "심지어 생물뿐 아니라 식물의 씨앗이나 빗물 자국까지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바위에 찍힌 수많은 동물의 발자국 <사진=CMSN 공식 홈페이지·Elio Della Ferrera>

이 관계자는 "해당 유물들은 대멸종 이전 고생물 연구에 있어 상당히 귀중한 자료"라며 "고생대 후기 페름기 말, 즉 약 2억5100만 년 전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대멸종 때문에 해양생물의 96%, 모든 생물종의 90~95%가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현재의 기후변화, 특히 온난화로 인해 눈이나 얼음이 녹으면서 멸종된 선사시대 생물들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바위가 나온 지역 인근 해발 2200m 지점에서는 악어 같은 파충류의 발자국도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강이나 호수는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말라붙는다. 강렬한 여름 햇볕에 표면이 건조돼 새로 물이 들어와도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굳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점토가 이들을 덮고 보호막을 형성한 덕에 귀중한 발견이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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