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최대 5m 이상, 체중 2t이 넘는 지상 최대급 포유류 하마는 의외로 날렵하며, 네 다리가 모두 지상에서 떨어지는 나름의 주법을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학교 왕립수의대 존 허친슨 교수 연구팀은 국제 과학지 피어 제이(Peer J) 7월 호에 하마 32마리를 면밀히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하마의 최대 이동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하마 32마리가 달리는 패턴에 따라 총 169가지 영상을 촬영한 연구팀은 하마가 누군가를 뒤쫓거나 사자나 코뿔소 등에 쫓길 때 트로트(trot) 주법을 사용하는 점을 알아냈다.

달리는 야생 하마. 네 다리가 이따금 지상에서 모두 떨어지는 트로트 주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사진=Art Ryan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ippo On The Run (I've never seen this before)' 캡처>

트로트는 쇼트 피치(short pitch), 즉 보폭이 짧은 주법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여자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육상 스타 타카하시 나오코(52)가 트로트 주법으로 유명하다.  

허친슨 교수는 "사지동물의 경우 트로트 주법을 쓰면 대각선 상의 다리가 동시에 앞으로 움직여 착지하게 된다"며 "전력질주하는 하마의 경우 일반 보폭의 15%에 해당하는 쇼트 피치로 내달리는데, 네 다리가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타이밍이 일정 간격으로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물속에서 지내는 하마는 느리고 순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위험한 동물"이라며 "하마에 대한 조사는 그간 매우 어려웠고, 지상을 이동하는 주법에 대해서는 지금껏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마는 느긋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빠르고 공격적이다. <사진=pixabay>

얼룩말이나 코뿔소, 기린 같은 대형 육상 포유류는 속도에 따라 주법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하마가 유사시 빠른 이동을 위해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오로지 트로트 주법만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친슨 교수는 "피그미하마(애기하마) 등 일부 종은 새끼 때에 한해 뜀박질을 하는 경우도 있어 하마 주법에 대한 조사는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연구는 하마의 생태에 관한 이해를 돕는 한편, 동물원 사육 방법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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