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외래종인 거대 도마뱀이 출몰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악어나 상어에 의한 인명피해가 미국 내에서 많이 보고되는 지역 중 하나다.
플로리다 주민 르네 앨런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말 노스 포트에서 우연히 찍은 도마뱀 사진을 공개했다. 한눈에도 거대한 도마뱀은 도로를 지나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미지를 접한 야생동물학자들은 아시아에 서식하는 길이 최대 3m 이상의 물왕도마뱀으로 파악했다.
물왕도마뱀 사진은 지난달 20일 평소 교통량이 많은 힐스버러 모처의 도로를 달리던 르네 앨런드가 차내에서 촬영했다. 긴 혀를 날름거리며 인도를 서성이던 도마뱀은 줄잡아 1.5m는 돼 보였다. 르네 앨런드는 평소 플로리다에서 본 적이 없는 도마뱀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그는 "도마뱀은 도로 옆 보도에서 내려와 차도를 건너려는 듯했다"며 "지나는 차가 많아서인 듯 주변을 살피기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 딸이 더 가까이 가보자고 졸랐지만 처음 보는 거대한 도마뱀인지라 그러지 못했다"며 "동영상을 플로리다 어류·야생동물 보호국(FFWCC)에 보낸 뒤에야 물왕도마뱀이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분석한 FFWCC 야생동물학자들은 아시아 원산 물왕도마뱀은 사람을 자주 공격하지 않지만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도마뱀은 미국 플로리다 고유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FFWCC와 주 정부는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FFCWW 관계자는 "물왕도마뱀은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널리 서식하는 거대한 파충류로 최대 3m 넘는 개체도 있다"며 "이름 그대로 물가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고 수영도 능숙하다. 물고기나 곤충, 개구리부터 포유류나 조류를 잡아먹으며 가축을 덮치거나 사람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다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FFCWW는 문제의 도마뱀이 누군가 몰래 반려동물처럼 키우다 놓쳤거나 고의로 방류한 것으로 추측했다. FFCWW는 추후 비슷한 동물을 목격할 경우 주 정부 외래종 신고 핫라인을 활용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불법으로 들여온 물왕도마뱀이 늘어나면서 주 정부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FFCWW에 따르면, 현재 물왕도마뱀과 미국 내 대형 파충류 사이에서 여러 혼종이 발생한 상황이며, 이들 외래종은 닥치는 대로 주변 생물들을 잡아먹어 생태를 교란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