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행성 리스트에서 퇴출된 명왕성이 기존의 지위를 되찾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필립 메츠거 교수는 행성에 관한 최신 논문에서 "과거 수 세기 분량의 문헌을 조사한 결과 명왕성을 강등시킨 학계 결정은 천문학과 점성술 등이 뒤섞인 매우 오래된 정의에 근거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메츠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 은하의 행성 정의 자체가 애매한 상황이며, 명왕성을 퇴출한 결정적 기준이 과거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이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일찍이 내린 행성에 대한 위대한 정의를 점성술적 개념과 결부한 끝에 명왕성 강등이라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행성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천문학자들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1930년 발견된 이래 약 80년간 행성 자격을 유지한 명왕성(Pluto)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릴레오는 한 천체가 행성인지 아닌지는 주로 지질 활동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 행성 정의는 그가 살았던 1600년대는 물론 1900년대 초까지 통용됐다. 다만 행성 과학 논문이 차츰 줄고 달력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갈릴레오의 생각대로 지질활동의 유무에 따라 결정돼온 행성의 정의는 점성술적 행성의 개념과 대립하면서 뒤틀려 버렸다. 메츠거 교수는 “갈릴레오가 살았던 시절 점성술의 위력은 막강했다”며 “점성술사 입장에서는 행성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갈릴레오의 정의는 그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논란 끝에 행성의 정의는 활발한 지질 활동 또는 생명이나 문명의 존재 가능성 등 복잡한 요소를 더 이상 따지지 않게 됐다”며 “점성술이 쇠퇴한 뒤에도 행성은 단순히 태양 주위의 이상적 궤도를 도는 별로 정의돼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위성이나 소행성으로 취급되던 별 중 행성이 될 만한 것이 있다는 게 메츠거 교수의 입장이다.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은 지난 2006년 새로운 행성 정의를 도입하면서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강등했다. 당시 일부 학자들은 갈릴레오가 눈을 부릅 뜨고 깨어날 대사건이라고 반발했다. 

행성의 정의를 내렸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사진=pixabay>

명왕성은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최초로 발견했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태양계 가장 끝의 행성으로서 지위가 굳건했다. 이후 천체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명왕성이 행성으로 간주할 크기가 아니라는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명왕성이 태양계 밖의 혜성형 천체가 몰린 카이퍼대(Kuiper Belt)에 속했다는 점이 밝혀진 뒤부터 자격을 둘러싼 잡음이 나왔다. 2005년 당시 미국 칼텍 교수였던 마이클 브라운이 명왕성과 비슷한 궤도에서 1.3배 더 큰 에리스를 발견하면서 행성 자격 시비가 격화됐다.

IAU가 새로 채택한 행성의 주된 조건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것 ▲둥근 모양을 유지할 정도로 크기와 무게가 클 것 ▲궤도 상에서는 모든 천체를 위성으로 삼거나 밀어낼 만큼 독보적인 천체일 것 등이다. IAU는 명왕성이 콰오아와 하우메아 등 위성이 아닌 천체들을 공전궤도 근방에서 밀어내지 못한다며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했다. 

메츠거 교수는 행성 조건에 대한 역사 문헌 조사 결과 IAU가 내세운 세 번째 조건이 그간 적용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행성 분류에서 이 요소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과학계 전체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2006년 이후의 태양계 행성도 <사진=pixabay>

교수는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오가 교회의 핍박에 연금당한 채 여생을 보낸 것은 우주 학계의 큰 손실”이라며 “1900년대 들어 행성 수가 불변이라는 민간신앙이 득세하면서 이미 죽은 갈릴레오의 정신은 다시 감옥에 갇혀버렸다. 명왕성의 행성 부활은 영영 감옥에 갇힌 갈릴레오 정신을 해방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메츠거 교수의 주장을 IUA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연구가 행성이 영원하고 보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 점에 의미를 뒀다. 뭣보다 태양계 너머 훨씬 많은 행성이 발견되면서 행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성이 대두됐다. 만일 IUA가 이번 연구 결과에 납득할 경우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되찾는 것은 물론 왜소행성 세레스 등을 합쳐 태양계 행성이 12개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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