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독해도 인공지능(AI)에 기대지 말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AI에 마음이 가고 사랑을 느끼는 사람의 심리를 그린 스파이크 존즈 감독 영화 '그녀(Her)'가 떠오르는 최신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과 오픈 AI 공동 연구팀은 AI 챗봇에 의존하면 사람들의 고독감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AI 챗봇이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우선 오픈 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Chat)GPT에서 실행된 약 400만 건의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6000명의 헤비유저 행동을 분석했다. 아울러 4000명 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AI 챗봇에 대한 주관적 생각을 물었다.

인공지능과 대화에서 위로를 받고 점점 빠져드는 남자의 심리를 연기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50) <사진=영화 '그녀' 스틸>

이어 연구팀은 랜덤화 비교 시험 기법을 이용해 28일간 참가자 981명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각 피실험자가 AI 챗봇을 사용하면서 겪은 감정 변화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AI 챗봇과 음성 대화는 초기 단계에서 고독감이나 의존도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AI 챗봇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가 희미해졌다. 나중에는 반대로 고독감이 더 강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비감정적 음성 모드를 이용할 때 특히 두드러졌다.

대화 내용에 따라 사용자가 받는 감정의 영향도 달라졌다. 개인적인 화제를 다룰 경우 고독감이 약간 증가했지만 AI에 대한 의존 경향은 저하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비개인적 화제를 계속 이어간 이용자는 AI에 대한 의존 경향이 보이기도 했다.

고독감을 느낄 때 기계에 의존하기보다 주변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하라는 게 학자들 의견이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챗GPT를 친구처럼 느낀다고 응답한 사용자들은 대화 중 애칭을 사용하거나 개인적 질문을 주고받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극히 일부 이용자는 대화의 감정적 경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용자들의 경우 AI 챗봇과 감정 교환은 한정적이었다"면서도 "이용 시간이 긴 사람들은 사회적 교류가 줄거나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전체적으로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AI 챗봇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면 대화형 인공지능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고독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계에 의존하기보다 사람과 연결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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