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심해의 청정 구역에서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신종 생물이 무려 5000종 넘게 한꺼번에 발견됐다.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 연구팀은 2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튼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 심해에서 신종 생물 약 5000종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멕시코로 이어지는 CCZ는 풍부한 광물 자원이 매장된 곳이지만 아직 개발된 적이 없어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계적인 환경 학자들은 이곳의 광물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개발했다가는 풍요로운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CCZ의 생물 다양성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 런던 자연사 박물관 연구팀은 이곳에 10만 종 넘는 심해 생물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중 5578종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다.
유용한 광물이 대량으로 잠자는 CCZ는 국토 면적 세계 7위인 인도의 약 2배에 달하는 600만㎢ 규모다. 수심 약 4000m의 심해는 부드러운 진흙으로 덮였고 여기에 구리, 니켈, 망간 같은 광물이 묻혀 있다. 인류의 엄청난 자원 보고지만 생태계 보존을 위해 개발이 미뤄진 곳이다.
조사 관계자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CCZ는 지구의 다른 어떤 해역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해양 생태계를 갖게 됐다"며 "원격조종 탐사선과 관측 상자를 바다에 가라앉히는 고전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결과 이곳의 자연환경은 태고와 다름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CCZ에는 절지동물과 성게, 불가사리 등 극피동물, 해면동물 등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연구팀은 일부 생물의 샘플을 채취해 처리 과정을 마쳤으며, CCZ의 생물다양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반에 전시할 계획이다.
조사 관계자는 "CCZ에 대한 심층 연구는 이곳이 국제 협약 등으로 개발이 완전히 제한된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전기차 등 미래 산업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 채굴이 시작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의 생태를 이해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