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일대에 번성했던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의 무덤에서 발굴된 가죽 일부가 다름 아닌 인간의 피부로 확인됐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스키타이인의 문화와 생활을 규명할 좋은 자료라고 반겼다.
미국 필라델피아 펜 뮤지엄(Penn museum)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피부로 파악된 스키타이인 분묘 속 부장품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동유럽 각지의 쿠르간에서 나온 가죽 45점을 면밀히 조사했다. 쿠르간은 폰토스-카스피 스텝 지역에서 발생해 중앙아시아와 남서유럽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 퍼졌던 스키티아 왕국의 분구 양식이다. 스키타이인이 말을 가축으로 삼은 최초의 증거가 나온 시설 역시 쿠르간이다.

스키타이 문화를 오래 조사해 온 연구팀은 여러 지역의 쿠르간에서 모은 가죽 조각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각 샘플의 단백질 조성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일부가 인간의 피부임을 알아냈다.
조사에 참여한 마리나 드라간 연구원은 "스키타이인은 헤로토도스의 묘사대로 인간의 피부를 이용해 도구를 만든 듯하다"며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정착 사회를 연결해 준 스키타이인이 사람의 피부를 적극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동아시아에서 상업 경로를 통해 전해진 소문을 통해 스키타이인에 관한 기록을 여럿 남겼다. 스키타이인은 기마술이 뛰어나고 말 위에서 활을 쏠 수 있으며, 말을 숭배했음을 분명히 전했다.

또한 헤로도토스는 스카타이인이 전투에서 이길 경우 적의 머리를 베어 피를 마셨고 잘려나간 머리를 전리품처럼 거래했다고 적었다. 그 피부를 벗겨 옷을 짓거나 화살통 덮개로 썼다고 기술했다.
마리나 연구원은 "우리가 분석한 가죽 샘플 중 약 26%는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며 "나머지의 대부분은 염소 가죽이었고 양피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말 등 다양한 동물 가죽이 확인됐고 4%는 인간 피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가죽은 스키타이인이 화살통 위를 덮는 데 쓴 듯하다"며 "쿠르간에서 나온 다른 화살통의 경우 동물 가죽으로 감싼 것도 많다는 점에서 스키타이 전사는 동원 가능한 재료를 자유롭게 이용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에 확인된 인간 피부가 스키타이인의 문화와 풍습을 명확히 할 자료라고 평가했다. 스키타이인에 대한 이미지는 연구가 거듭되며 정립되고 있는데, 2021년 다른 팀의 조사에서는 유목생활을 한 것은 극히 일부의 스키타이인일 가능성도 떠올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