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사람이 가장 흔히 마주하는 것이 잠이다. 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하루 8시간 수면을 취할 경우 평균적으로 죽을 때까지 22만9960시간, 즉 26년가량을 잠으로 보낸다는 통계도 있다. 이상이 없는 한 하루 한 번은 경험하게 되는 잠은 우리 몸의 휴식과 안정, 재충전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대개 잠에 들면 곧 무의식의 세계에 빠져든다. 우리가 수면을 취할 때 벌어지는 일들은 당사자는 모르지만 이 중엔 꽤나 충격적인 것들도 있다. 가위눌림이나 몽유병 등은 그 실체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여전히 과학적 검증이 활발하다. 

엘렌 페이지가 등장했던 영화 '인셉션' 꿈과 현실의 관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했다. <사진=영화 '인셉션' 스틸>

■뇌의 에너지 사용량 증가
사람이 깨어있을 때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80%는 육체활동에 사용된다. 자고 있을 때는 이러한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되는데, 뇌만은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렘수면 시 뇌가 요구하는 에너지는 깨어있을 때보다 증가한다. 이 때 사용되는 에너지는 신경을 접속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깨어있을 때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던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일종의 야근인 셈이다.

■뇌 청소 작업
깨어 있는 동안 뇌와 몸의 세포 내에는 독소와 노폐물이 증가한다. 뇌는 사람이 잠든 틈을 타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을 이용해 이 독소들을 청소한다.

우리 몸의 대표 청소부로 통하는 뇌척수액은 지주막 하강 및 뇌실을 채운 맑고 투명한 액체다. 세포가 영양분을 처리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세포호흡(cell respiration)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과 독소를 뇌척수액이 씻어낸다.

뇌척수액의 세척작업은 전신에 걸쳐 이뤄지며, 특히 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이나 공부 때문에 밤을 자주 새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뇌의 기억파일 정리

퍼즐조각을 맞추든 뇌의 기억파일 조각 맞추기는 중요한 작업이다. <사진=pixabay>

원래 기억이나 메모는 정리가 잘 돼있어야 필요할 때 기 쉽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파일들을 가끔 재배치해줘야 컴퓨터가 원활하게 돌아가듯, 인간의 기억도 정리가 필요하다.

수면 중 뇌는 깨어 활동하는 동안 일어난 일을 재생하고 이를 구분해 장기기억(long term memory)으로 저장한다. 동시에 불필요한 기억을 삭제하기도 한다. 컴퓨터와 똑같이 파일정리를 하는 셈이다.

뇌 구조상 장기기억에 한도는 없다. 다만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없다. 어린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이틀 전 일어난 상황을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이런 다양한 기억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학습이나 정보관리, 문제해결 등에 필요하다. 따라서 뇌의 기억 정리 작업이 중요하다.

뇌의 기억 정리는 대개 잠이 깊거나 뇌가 별로 활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기억은 수면 시 안정화돼 빨리 떠올릴 수 있도록 준비된다.

■잠잘 때 살이 빠진다?
평소 체중관리 때문에 고민이라면 반갑게 들릴 이야기. 사람이 잠잘 때 상당한 양의 수분이 줄어 결과적으로 체중이 감량된다.

폐 속 공기의 온도는 정상체온과 비슷한 36.7℃다. 침실 등 잠자는 공간의 온도는 36.7℃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뿜어져 나온 공기는 식어 부피가 줄면서 몸에서 습기를 빼간다. 숨 쉴 때마다 0.02g 정도의 수분이 손실돼 하룻밤이면 0.5kg 정도가 빠진다. 

■잠이 들면 키도 변한다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사진=pixabay>

사람이 깨어 활동하는 동안 척추는 중력의 영향으로 다소 압축된다. 추간판에 부하가 걸리면서 체액이 소실돼 낮 동안 대략 1㎝ 키가 작아진다.

밤이 되면 체액은 추간판 접합부로 돌아와 자는 동안 키는 1㎝ 다시 커진다. 낮 동안 줄었으므로 엄연히 키가 자라난 건 아니다.

수면 중에 추간판에 걸리는 부하를 덜어주는 것은 유년기 키 성장에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잠이 필요하며, 바른 자세로 잠을 자라는 잔소리도 나왔다. 사람의 성장은 척추와 발이 받는 압력이 사라지는 수면 중에 활발하다. 수면 중 성장호르몬도 분비되는 만큼 키 크는 데 잠은 대단한 역할을 한다. 

■혈압과 체온의 하강
사람이 잠들기 30분 전이 되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대사를 저하시켜 수면 중 공복을 막는다. 그 결과 심박수나 혈압 또한 하강한다.

이 때 체온은 1.1℃ 이상 떨어져 35.6℃ 정도로 맞춰진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저체온증에 걸리겠지만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상황이라 동사할 염려는 없다.

잠에서 깨어날 때, 혈압과 심박수는 다시 급격하게 상승한다. 일시적이나마 신체 균형이 깨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잠에서 막 깨면 나른하고 머리가 멍한 느낌을 받는다.

■몽유병(somnambulism)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영화 '라자루스' 스틸>

가위눌림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겪지는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대략 30%가 일생에 한 번은 잠든 사이 몽유병을 경험한다.

몽유병은 반의식 상태의 뇌가 일련의 문제로 수면장애를 일으키면서 벌어진다. 잠자다 일어나 거실을 배회하는 게 일반적인데, 부엌에서 물건을 만지거나 심지어 차를 몰았다는 보고도 있다.
 
당연히 몽유병은 위험하다. 아이에게 발병할 경우 생명이 위협을 받기도 한다. 그 원인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데, 유전자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포의 가위눌림
물론 모든 사람이 잠을 자다 가위눌림(수면마비, sleep paralysis)을 당하는 건 아니다. 일평생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하는(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가위눌림이란 자다가 정신은 들었는데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 현상이다. 사람은 렘수면 때 꿈을 꾸는데, 이때 일부 근육을 제외하면 온몸이 마비상태가 된다. 이때 어떤 문제로 뇌가 깨어나더라도 몸은 여전히 마비상태인 것이 가위눌림이다.

과학적으로 100% 규명되지 않은 가위눌림의 유형은 제각각이나, 가슴에 뭔가 올라타거나 목을 죄는 느낌이 일반적이다. 귀신을 보는 착각은 렘수면 시 벌어지는 호흡장애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뇌가 만들어낸 환각이라는 견해도 있다. 육체적 피로나 스트레스가 수면마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다가 움찔하며 깨는 현상
악몽도 아닌데 잠자다 화들짝 놀라 깨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를 수면 경련(sleep start)이라고 한다. 잠이 든 상태에서 벌어지는 근육 경련으로 보통사람은 이따금 경험하지만 주기적으로 겪을 경우 운동장애로 분류된다.

수면경련의 원인은 불분명하다. 잠든 자세에 따른 서로 다른 근육의 이완을 뇌가 잘못 판단, 전달하며 벌어진다고 여겨진다. 우리 몸은 잠잘 때 꿈에 반응해 움직이지 않도록 마비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렇게 몸의 안정을 취하도록 하려는 뇌와 신경계 사이에 신호가 어긋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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