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며 먹이를 기다리는 희한한 물고기 영상이 SNS를 달궜다. 사람 표정을 닮아 인면어 루머까지 퍼졌지만 정체는 통구멍목 스타게이저(Stargazer)로 확인됐다.
생물 다양성 확대 캠페인을 전개하는 비영리단체 사이언 싱가포르(Cyan Singapore)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닷물이 얕게 들어찬 모래밭에 머리를 내놓고 입을 뻐끔거리는 롱노즈 스타게이저(Longnose Stargazer)를 소개했다.
이 물고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해 대번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SNS에 영상이 확산되자 일부에서는 인면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사이언 싱가포르 설립자 데니스 장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롱노즈 스타케이저는 사실 모래에 몸을 숨기고 먹이활동 중이었다"며 "스타게이저는 희귀한 종은 아니지만 사냥 중인 개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담은 것은 행운"이라고 전했다.
통구멍목 또는 농어목에 속하는 롱노즈 스타게이저는 우둔해 보이고 헤엄도 느리지만 타고난 사냥꾼이자 위장술의 명수다. 가슴지느러미를 삽처럼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모래로 파고든다. 아가미 근처에 분포하는 독가시를 사냥에 적극 활용하는데, 사람이 쏘이면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스타게이저라는 영어 이름은 꽤 낭만적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못생긴 생김새를 강조한 명칭이 붙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이다. 현지에서 통구멍목 생선들은 미시마오코제라고 부르는데, 이는 시즈오카 현에 자리한 미시마 여관(三島宿)에서 밥 시중을 들던 못생긴 여성을 빗댔다는 설이 있다.
데니스 장은 "스타게이저는 사방을 쉽게 둘러보기 위한 멀리 떨어진 눈, 먹이를 한 번에 많이 삼키기 위한 커다란 입을 갖도록 진화했다"며 "못생긴 외모 때문에 꺼리는 낚시꾼이 많지만 실제로는 복어처럼 식감이 독특하고 맛도 좋은 경골어류"라고 귀띔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