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를 대표하는 히어로 슈퍼맨처럼 벽의 건너편을 훤히 들여다보는 기술을 미국 대학 연구팀이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투시 칩은 군사 작전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댈러스(UTD) 연구팀은 2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슈퍼맨의 투시 능력을 힌트로 개발한 소형 밀리미터파(밀리파) 투시 칩을 소개했다. 빛에 가까운 성질을 갖는 밀리파는 파장이 1~10㎜, 주파수 3만~30만 메가헤르츠(MHz)의 전자기파다.

연구팀은 소형 밀리파 투시 칩의 이용 범위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는 입장이다. 상자를 일일이 열지 않고도 내용물을 체크하고 연기가 자욱한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보다 쉽고 빠르게 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밀리파를 쏴 벽 뒤의 물체를 이미지화하는 소형 투시 칩. UTD 케니스.O(오른쪽) 박사 연구팀이 20년 넘게 공들여 제작했다. <사진=UTD 공식 홈페이지>

UTD 연구팀은 2010년대 초부터 밀리파를 이용한 투시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12년 투시나 검진에 사용되는 테라헤르츠(THz) 대역의 저비용 상용화 기술을 선보인 것도 이들이다.

연구를 주도한 UTD 케니스.O 박사는 "벽을 투시하는 기술의 핵심은 우리가 20년간 개발해온 초소형 이미징 센서"라며 "칩이 방출하는 300 기가헤르츠(GHz) 밀리파는 벽을 뚫고 맞은편 물체에 맞아 반사되고, 이를 센서로 영상화한다"고 설명했다.

박사의 설명대로라면 소형 밀리파 이미징 칩의 원리는 전파나 음파를 이용하는 레이더나 소나와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반사된 밀리파를 이미지화할 때 화질을 좌우하는 픽셀 크기는 0.5×0.5㎜까지 작아졌다. 

투시 칩은 구조, 의료, 물류, 군사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사진=UTD 공식 홈페이지>

케니스 박사는 "우리 연구의 초점은 칩의 소형화 및 화질의 향상에 맞춰졌다"며 "대략 20년에 걸친 오랜 연구에서 픽셀 성능은 맨 처음 실험 당시보다 1억 배나 향상됐고,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도 몰라보게 진보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2022년 내놓은 프로토 타입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에 들어갈 만큼 칩 크기가 작지 않았다"며 "2년 만에 소비전력을 줄이고 화질을 개선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밀리파 투시 칩을 제작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투시 장비는 산업계 수요도 있고 활용도도 높지만 보안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법안 때문에 아직 적용 범위가 좁다. 미국 관련 법상 산업용 대형 장비는 투시 거리가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관련 기관과 연계해 이 거리를 최대 20m로 늘릴 방침이다.

DC 세계관 최강 히어로 슈퍼맨. X선을 활용한 투시 능력을 갖고 있다. <사진=영화 '맨 오브 스틸' 공식 포스터>

스마트폰 내장을 목표로 하는 소형 칩의 경우, 마찬가지 이유로 투시 범위는 불과 2.5㎝로 제한된다. 즉 장비가 나오더라도 이를 실생활에서 쓰려면 대상 물체의 2.5㎝ 앞까지 접근해야 한다.

케니스 박사는 "관련법이 정돈돼 투시 범위 제한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한대"라며 "투시 칩을 차량 내비게이션에 접목하면 악천후나 사고로 시야가 제한될 때 큰 도움이 되고 물류나 의료, 구조,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시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이스라엘 업체 카메로텍은 2022년 6월 인공지능(AI) 기반 추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방벽 너머를 통째로 투시하는 장비 '제이버(Xaver) 1000'을 선보였다. 1개월 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은 인간의 뇌파와 AI를 활용해 투시 효과를 내는 고스트 이미징 기술을 시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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