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 안티키티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는 사실 태음력 장치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안티키티라 기계는 1901년 에게 해 안티키티라 섬 부근에 가라앉은 난파선에서 발견된 기계 장치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에서 중력파를 연구하는 그레이엄 온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Horological Journal' 7월호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실었다.

안티키티라 기계는 고대 그리스인이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기계는 상당히 정교하게 제작돼 학자들 사이에서 오파츠(Out of place artifacts, OOPARTS), 즉 시대를 벗어난 희한한 장치로 인정받아지만 정확한 용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레이엄 교수는 "이 기계는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중력파를 끼워넣은 최근 조사에서 태음력 추적 장치일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1901년 발굴된 안티키티라 기계 <사진=글래스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기원전 3~1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안티키티라 기계는 2020년 이에 재미있는 특징이 드러났다. 일명 캘린더 링(calendar-ring)이라는 원형 부품을 X선으로 검사했는데, 링 아래에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원래 구멍이 몇 개나 있었는지는 링이 파손돼 불분명하다. 다만 당시 분석에서 347~367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두 가지 통계 분석법으로 캘린더 링의 구멍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구멍은 원래 354개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1년이 365일인 양력이 아니라 태음력에 해당하는 수다.

그레이엄 교수는 "현존하는 구멍의 위치와 링의 6개 파편의 배치로부터 이 부품에 원래 새겼을 구멍의 수를 추정했더니 354개나 355개로 나타났다"며 "이 결과는 우주에 퍼져 있는 중력파를 측정하는 또 다른 분석법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력파는 시공의 휘어짐이 파문처럼 번지는 현상으로 블랙홀의 합체 등에 의해 생긴다"며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LIGO)는 잡아낸 신호를 마르코프 연쇄 몬테카를로법으로 분석하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 분석 결과 반지름 77.1㎜의 링 안에 354~355개의 구멍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도 캘린더 링은 태음력을 나타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로 그 신빙성이 커졌다. 태음력은 달의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바탕으로 한다. 큰 달(30일)과 작은 달(29일)이 이어지며 12개월 또는 13개월을 1년으로 친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안티키티라 기계가 상당한 정밀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교수는 "각각의 구멍은 상당히 정확하게 만들어져 반경 방향의 평균적인 편차는 불과 0.028㎜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 정도의 정확성으로 구멍을 뚫으려면 극히 정밀한 측정 기술과 구멍 뚫는 기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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