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미라가 되는 콜롬비아 마을의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최근 기사를 통해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약 100㎞ 떨어진 마을 산 베르나르도에서는 주민이 죽은 뒤 미라화하는 기이한 현상이 수십 년 계속된다고 전했다.
산 베르나르도는 망자들이 영면하는 미라 박물관이 자리한 희한한 곳이다. 이곳에서 사람이 죽으면 일단 장례를 치른 뒤 납골당에 안치한다. 이후 대략 10년이 흐르면 관에서 미라가 된 시신을 조심스럽게 꺼내 박물관에 다시 모신다. 현지 주민들은 이 과정이 끝나야만 망자가 비로소 안식에 든다고 여긴다.
이 마을의 장례가 복잡한 것은 시신이 자연적으로 부패하지 않아서다. 망자를 묘지에 묻으면 부패하는 일 없이 미라화하고 수의는 물론 머리카락, 심지어 안구까지 남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기묘한 현상이 처음 벌어진 것은 1963년이다. 부패하지 않고 미라화된 시신이 우연히 발견된 이후 납골당을 확인한 주민들은 비슷한 미라를 수십 구 파악했다. 마을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시신이 매년 늘어났고 죽은 지 수십 년 지났는데도 미라화가 되자 원인 조사를 의뢰했다.
콜롬비아 국립대학교(NUC) 인류학자 다니엘라 베탄쿠르 교수는 "묘지가 산의 급한 경사면에 위치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산 베르나르도는 기온이 높고 항상 바람이 불기 때문에 지하 납골당은 오븐과 같이 작용해 시신이 탈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수는 "다만 이 가설은 아직 검증할 필요가 있고, 무엇이 어떻게 작용해야 미라화가 일어나는지, 어떤 조건이 미라화를 일으키는지 연구가 부족하다"며 "미라화된 시신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거부하기 때문에 상황이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베탄쿠르 교수에 따르면 산 베르나르도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는 매년 50구나 되는 미라가 나왔지만 해마다 수가 줄었다. 또한 멕시코나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납골당에 안치한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미라가 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 경우 역시 현재 원인이 불명확하다.
교수는 "현지 주민 일부는 망자가 생전에 선행을 베풀어 사후에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믿는다"며 "거꾸로 신이 내린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미라화 현상이 주민들의 건강한 식생활과 활발한 농업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증거는 없다"며 "일부 망자는 대도시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내다 고향에 묻혔다. 즉 식생활이나 직업, 환경, 나이, 성별은 전혀 무관하고 특정 패턴도 없다"고 의아해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