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디윈턴황금두더지(Cryptochloris wintoni)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 해안의 모래언덕에서 약 90년 만에 발견됐다.

남아공 프리토리아대학교 및 멸종위기야생동물기금(EWT) 공동 조사단은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디윈턴황금두더지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피모를 가진 디윈턴황금두더지는 아프리카땃쥐목 황금두더지과 동물이다. 유분으로 피모를 코팅하면서 모래 속을 수영하듯 이동하는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몸길이 약 10㎝, 몸무게 약 20g으로 1937년 남아프리카 북서부 해안 놀로스 항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모래밭을 능숙하게 파내는 디윈턴황금두더지 <사진=JP Le Roux>

조사단은 후각이 발달된 탐지견과 다양한 장소에 남겨진 환경 DNA(eDNA)를 단서 삼아 2017년부터 디윈턴황금두더지를 추적했다. 환경 DNA는 배설물이나 피부 조각, 털 등 동물이 환경에 남기는 DNA의 총칭이다. 이를 채취하고 분석하면 특정 동물의 먹이활동이나 이동 경로 등 자세한 생태를 파악할 수 있다.

보더콜리 등으로 구성된 탐지견들은 특별히 디윈턴황금두더지를 비롯해 남아공 북서부 해안가에 서식하는 두더지 3종의 냄새를 서로 구별하도록 훈련받았다. 조사단은 개들이 찾아낸 각 흔적을 찾아 100개 넘는 토양 샘플을 채취했고, 이를 분석해 디윈턴황금두더지만의 환경 DNA가 남은 곳들을 특정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수색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연안에 펼쳐진 백사장과 모래언덕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18㎞를 이동하며 조사했다”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은 고된 작업 결과 황금두더지 4종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디윈턴황금두더지가 발견된 것은 무려 86년 만이다. <사진=JP Le Roux>

환경 DNA 분석 결과 황금두더지 4종은 일반적인 케이프황금두더지(Chrysochloris asiatica)와 그랜트황금두더지(Eremitalpa granti), 멸종 위기종인 반질황금두더지(Cryptochloris zyli)로 확인됐다. 마지막 환경 DNA의 배열은 여러 요소가 섞여 분류가 어려웠는데, 2022년 디윈턴황금두더지 표본이 공개되면서 여기서 얻은 DNA와 비교, 이들이 아직 생존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후 조사단은 토양 샘플을 채취한 지역을 중심으로 탐지견을 풀어 수색했다. 마침내 그 귀한 디윈턴황금두더지를 발견했고, 운 좋게 사진과 영상까지 남길 수 있었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미 멸종 위기에 빠진 동물을 추적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적절한 방법과 장비, 인력은 물론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라며 “환경 DNA는 사라져가는 동물을 발견하고 개체를 보호할 방법을 고안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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