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썩는 냄새는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는 악취다. 부패한 생선이나 구취, 대변, 혈액은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화학성분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런 냄새를 맡아도 아무렇지 않으며, 오히려 꽃향기를 느끼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바이오연구기업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는 최신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이에 따라 악취를 향내로 착각하는 사례를 발견했다.

회사 연구팀은 악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슬란드 국민 1만1000명을 동원한 실험에 나섰다. 피실험자들은 각각 계피, 민트와 페퍼민트 등 박하류, 바나나, 감초, 레몬, 썩은 생선 등 6가지 냄새를 맡고 반응을 적어냈다. 이후 연구팀은 피실험자 본인의 DNA 샘플을 제공했다.

뭔가 썩은 냄새를 꽃향기로 착각하는 원인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기호 차이는 있었지만 계피와 박하, 바나나, 감초, 레몬 냄새에 대체로 호감을 보였다. 반대로 썩은 생선 냄새는 대부분 불쾌하다고 답했는데, 일부 피실험자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은 생선 썩은 냄새가 아무렇지 않으며, 심지어 향긋하다고 답했다.

연구팀이 이들의 DNA를 들여다본 결과, TAAR5라는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이 유전자는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을 감지하는 단백질 합성과 관련이 있다. 저농도에서 생선 썩은 냄새를 띠며, 농도가 올라갈수록 진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는 무색 가스다.

디코드 제네틱스 연구팀은 “원래 TAAR5는 몸에 해로운 썩은 음식 등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라며 “덕분에 인간은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 등에 위화감을 느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 전통음식 하칼 <사진=Food Insider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How Icelandic Fermented Shark Is Made | Regional Eats' 캡처>

TAAR5 유전자는 좀처럼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TAAR5가 변이해 악취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게 되면 부패한 생선을 코앞에 갖다 대도 장미 향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 중에는 생선 썩은 냄새를 장미나 캐러멜 향으로 오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TAAR5 유전자 변이는 아이슬란드의 경우 2%가 관찰된 데 비해 아프리카는 0.2%로 1/1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지역에 따른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차이가 유전자 변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홍어와 같은 하칼(말린 상어를 발효한 음식)을 즐기는데, 이는 포브스가 꼽은 세계 10대 혐오음식에도 포함된 적이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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