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인공물질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일까. 최고 속도를 기록한 인공물질은 1950년대 미국 핵실험 도중 날아간 맨홀 뚜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과학매체 ZME Science는 최신 포스트를 통해 미국 핵실험 중 튕겨나간 맨홀 뚜껑이 무려 시속 20만㎞ 이상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가공할 속도의 물체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미국의 맨해튼 계획(Manhattan Project) 당시 날아간 맨홀 뚜껑으로 추측된다. 맨해튼 계획이란 1942~1945년 실행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으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당시 미국은 무려 1000발 이상의 핵탄두를 터뜨렸다. 물론 이 위험천만한 실험들은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사막이나 바다 한가운데서 실행됐다. 시간이 흘러 1950년대 후반이 되자 미 국방부는 핵실험의 대부분을 지하에서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이전에도 지하 핵실험은 있었지만 핵폭풍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기술이 이 무렵 탄생했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사진=pixabay>

미 국방부는 1957년 5월 28일~10월 7일 네바다 핵실험시설에서 총 29차례의 ‘플럼밥 작전(Operation Plumbob)’을 실시했다. 플럼밥 작전은 미국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긴 핵실험이다.

특히 1957년 8월 27일 밤에 행해진 지하 기폭 안전성 검증 실험 ‘파스칼 B’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52m 수직갱 안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는 실험이었는데, 갱 상부 개구부는 무게 900㎏, 직경 1.2m, 두께 10㎝가량의 육중한 강철원반, 즉 맨홀 뚜껑으로 단단하게 용접됐다. 

당시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다. 기폭과 동시에 핵폭풍의 영향으로 맨홀 뚜껑이 떨어져 날아가 버렸다. 이 뚜껑은 수직갱 상부로부터 하늘 높이 솟구쳤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스칼B에 참여했던 과학자 로버트 브라운 리는 갱 내부 압력에 의해 맨홀 뚜껑이 받을 힘을 사전에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폭발 직후 수직갱 상부에 충격파가 전해질 시간은 단 31㎳(밀리초)였고, 속도는 무려 시속 20만1000㎞였다. 로버트 브라운 리는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는 아래로 반사되지만 압력과 온도 탓에 용접된 뚜껑이 날아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속 200㎞로 달리는 자동차. 날아간 맨홀 뚜껑 속도는 1000배 이상으로 추측된다. <사진=pixabay>

로버트 브라운 리의 계산에 흥미를 가진 파스칼B 관계자들은 고속카메라를 미리 설치해 맨홀 뚜껑이 날아가는 속도를 측정하려 했다. 다만 기폭과 동시에 뚜껑이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측정은 실패했다. 로버트 브라운 리의 계산대로 시속 20만1000㎞였거나 그 이상으로 추정할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핵실험 후 맨홀 뚜껑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브라운 리는 뚜껑이 그 정도 속도로 대기로 날아갈 경우 마찰열에 증발하며, 따라서 대기권을 탈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뚜껑이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우주로 날아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부 과학자는 이 경우,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쏘아올린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보다 앞서 우주로 날아간 인공물질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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