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40만 년 전 지금의 스페인에 존재했던 코끼리 무덤에서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학계는 고대인이 유럽에서 어떻게 정착하고 세력을 키워 나갔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코끼리 무덤이 여럿 존재하는 그라나다 후엔테 누에바3(FN3) 유적에서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인 흔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유사 지형에 빠져 꼼짝 못 하는 코끼리와 이를 지켜보는 하이에나 <사진=말라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FN3 유적은 플라이스토세의 전형적인 유사(流沙) 지형, 즉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토사로 이뤄진 지대를 포함한다. 유사 지형은 수분이 다량 포함된 느슨한 지반이 특징이다. 과거에 이곳에 서식한 코끼리 같은 대형동물들은 천연 함정에 빠져 다수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플라이스토세의 유사 지형에 대형 초식동물이 갇혀 죽으면 썩은 고기를 노린 하이에나, 독수리 등이 몰려들었다"며 "이는 이전 발굴 과정에서도 확인됐는데, 거기 사람의 흔적이 섞인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아냈다"고 말했다.

죽은 코끼리의 썩은 고기를 노리고 몰려든 하이에나 무리 <사진=말라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특정한 인간의 흔적은 하이에나 등과 코끼리 고기를 둘러싼 싸움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타격용 석기다. 이와 함께 사냥감을 해체할 목적으로 가공한 도구도 여럿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FN3 유적의 인간 흔적은 연대 측정 결과 약 140만 년 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는 서유럽 사람의 흔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지역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유사 지형으로 구성되는 스페인 그라나다 후엔테 누에바 유적에서 140만 년 전 고대인의 흔적이 나왔다. <사진=말라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고대인이 사용한 석기 등이 발견된 것은 FN3 하층부이고, 코끼리나 하이에나의 흔적이 많은 곳은 상층부"라며 "하층부는 실트(점토보다 크고 모래보다 작은 암석 부스러기)와 점토가 많고 상층부는 고운 모래가 대부분인데, 몸이 무거운 초식동물에게 상층부는 절대 못 빠져나오는 개미지옥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덫에 빠져 죽은 거대한 동물의 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고대인과 하이에나가 벌인 싸움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고대인이 섭취한 것들과 생존전략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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