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대기에 포스핀이 떠다닌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인의 수소화물인 포스핀은 주로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행성의 대기에서 발견되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천체물리학자 데이브 클레멘츠 교수는 최근 열린 전국천문학회의(NAM)에서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금성은 표면 온도가 450℃ 이상이다. 대기압은 지구의 90배에 달하고 황산 구름이 떠다닌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행성이지만 고도 약 50㎞에 이르면 온도도 기압도 지구와 비슷해져 강인한 생명체라면 존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클레멘츠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정의 구경 15m짜리 서브밀리파 관측 장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을 이용해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의 존재를 확인했다.

클레멘츠 교수는 "한때 온난하고 습윤했던 금성은 지독한 온난화가 거듭된 결과 생명체의 씨가 말랐을 것"이라며 "금성에 만약 생명체가 있다면 이들은 구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이 존재할 가능성은 2020년 미국 매세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영국 카디프대학교 공동 연구팀도 제기했다. 다만 당시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당시 카디프대 천문학자 제인 그리브스 교수는 금성에 포스핀과 함께 암모니아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이름을 딴 JCMT. 서브밀리파 망원경 중 가장 크며 스바루, 켁망원경 등과 더불어 마우나케아 산정에 자리한다. <사진=JCMT 공식 홈페이지·William Montgomerie>

제인 그리브스 교수는 이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 전파망원경을 통한 금성 대기 추가 관측에 나서 암모니아를 확인했다. 암모니아는 포스핀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지구 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성에 암모니아가 있을 가능성은 1970년대 파이오니어 탐사 때 이미 떠올랐고, 시간이 갈수록 관련 증거가 쌓이고 있다.

일련의 발견에 대해 클레멘츠 교수는 "물론 이번 성과로 금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금성에 포스핀과 암모니아가 있다는 것뿐"이라며 "무엇이 두 물질을 만드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사람들의 기대대로 생명체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미지의 화학적 과정이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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