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효과를 발휘해 신체의 통증을 줄여주는 뇌 영역이 발견됐다. 치료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나 의료 행위에도 통증이 줄어드는 플라시보 효과의 메커니즘이 밝혀질지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UNC 채플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뇌를 속여 통증을 줄이는 영역이 특정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쥐를 속여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느끼게 하는 플라시보 효과 실험을 진행하던 중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통증과 관련된 전대상피질 및 지금까지 통증과 무관하다고 여겨져온 교핵 사이에 있는 장소에 있었다.

실험 관계자는 "일부 학자는 플라시보 효과가 심리적 현상이라지만 뇌의 전대상피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전대상피질은 통증 처리와 관련된 영역으로 플라시보 효과가 발현될 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플라시보 효과는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pixabay>

이어 "다만 전대상피질 하나만으로는 플라시보 효과를 100% 설명하기 무리였다"며 "오랜 시간 수수께끼였던 플라시보 효과의 메커니즘이 이번 실험에서 비로소 풀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쥐를 서로 연결된 두 개의 방에 넣어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속이는 교묘한 실험을 고안했다. 일주일간 실험 기간 중 처음에는 두 방의 바닥 모두 따뜻하고 쾌적했다. 하지만 며칠 후, 한쪽 방의 바닥은 통증을 느낄 정도로 뜨겁게 했다. 쥐는 다른 방으로 옮겨가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학습했다.

다만 마지막 날에는 양쪽 방 바닥을 모두 아플 정도로 가열했다. 첫 번째 방에 있던 쥐는 통증을 피하기 위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이때 쥐는 감쪽같이 속아 통증이 누그러진 것으로 오해, 첫 번째 방만큼 뜨거운데도 펄쩍 뛰거나 다리를 핥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실험 쥐의 뇌 교핵(왼쪽)의 황색 세포가 전대상피질(rACC)의 녹색 세포로부터 입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 image credit: <사진=UNC 채플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쥐의 뇌 속을 관찰한 결과, 전대상피질의 문측부 및 교핵의 사이에 있는 영역이 눈길을 끌었다"며 "교핵은 운동과 기술, 학습에 관여하는데 두 번째 방으로 뛰어간 쥐는 이곳의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실로부터 전대상피질 문측부와 교핵을 연결하는 영역이 플라시보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측된다"며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풍부한 교핵은 통각 내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전대상피질 문측부와 교핵 연결 부분을 인공적으로 활성화한 실험에서도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통증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인간과 쥐의 차이도 상당하며, 뭣보다 더 많은 뇌 영역이 연관돼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실험이 플라시보의 수수께끼를 풀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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