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침입해 숙주를 조종하는 톡소포자충(톡소플라즈마원충, 톡소플라즈마곤디, Toxoplasma gondii)을 역이용해 뇌에 약을 전달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29일 학술지 네이처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톡소포자충이 숙주 세포를 조작하는 데 사용하는 단백질을 역이용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톡소포자충은 주로 고양이를 통해 인간에 감염된다. 뇌 내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톡소포자충은 정신장애에 영향을 주거나 숙주에 성적 매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뇌관문은 뇌를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약물 투입도 막아 뇌 질환 치료를 어렵게 한다. <사진=pixabay>

MIT 신경생물학자 사하르 브라차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이렇게 강력한 것은 혈액뇌관문을 돌파할 수 있는 기생충이기 때문"이라며 "뇌에는 원래 혈액뇌관문이라는 막이 있어 혈액 속의 병원체 등이 뇌나 중추신경계에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뇌관문 덕분에 뇌는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받지만 거의 모든 단백질이 막혀버리는 것은 문제"라며 "정작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제가 이 막 때문에 뇌에 전달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혈액뇌관문까지 뚫는 톡소포자충의 능력을 역이용할 방법을 조사했다. 톡소포자충이 숙주 세포를 조작하는 데 사용하는 단백질 'GRA16'을 특정한 연구팀은 신경발달장애의 하나인 레트증후군 치료에 쓰는 단백질 'MeCP2'를 접목했다.

톡소포자충증은 길고양이가 감염되고 그 알이 분변에 섞여 나오면서 중간 숙주로 옮겨간다. <사진=pixabay>

사하르 교수는 "조작한 톡소포자충을 인공 뇌(뇌 오가노이드)에 감염시키자 톡소포자충이 뇌세포 속에서 유용한 단백질을 방출했다"며 "쥐의 조작된 톡소포자충을 주입한 실험도 결과는 비슷했다. 쥐의 뇌에서 염증 반응이 나타났으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톡소포자충이 야기하는 톡소포자충증은 세계 인구의 25~30%가 감염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되면 위험하며, 조산이나 유산의 원인이 된다. 아기에게 선천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보고됐다.

학계는 뇌에 유용한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이번 연구에 주목했다. 사하르 브라차 교수는 "톡소포자충의 유전학적 도구로서 개발 가능성을 우리 실험이 입증했다"며 "톡소포자충증 감염 메커니즘의 규명은 물론 다른 생물공학 분야의 접목 가능성이 떠오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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