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지구 생태계의 꼭대기에 군림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티렉스)는 학자들의 생각보다 몸집이 훨씬 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캐나다 자연사박물관(CMN) 및 영국 퀸메리런던대학교(QMUL)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는 개체에 따라 몸집이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CMN 고고학자 조던 말론 연구원은 "통계학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최대급 개체가 포함됐을 가능성은 낮다"며 "우리가 아는 가장 큰 티렉스 화석보다 70%나 큰 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로 생각된다. <사진=pixabay>

이어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큰 화석인 스코티는 몸길이 13m, 몸무게 8800㎏으로 여겨지는데, 우리 가설이 맞는다면 사상 최대급 개체의 체중은 그 2배가량일 것"이라며 "이런 생각이 가능한 것은 지금껏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거의 모든 부위가 남겨진 완전한 화석으로 평가되는 티라노사우루스는 84마리뿐이다. 일부 학자들은 현존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비율이 단 0.00000336%라고 본다. 

조던 말론 연구원은 "화석 같은 중요한 샘플 부족은 대부분의 생물학자가 겪는 문제"라며 "개체군 샘플링이 집중적이고 공간적·시간적으로 포괄적이지 않는 한 현존하는 종조차 최대 크기를 분명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화석 샘플이 너무 적어 아직 정확한 체격을 특정하지 못한다. <사진=pixabay>

그는 "지구에는 약 25억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거리를 걷는 사람 한 명을 뽑아 역사상 가장 키 큰 사람일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것처럼 학자들이 얻은 화석만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체격을 추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로 1억4000만 마리의 가상 티라노사우루스를 생성하고 성장 속도나 수명,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를 넣어 시뮬레이션했다. 가상의 개체 각각에 체중을 할당한 결과, 몸집이 상위 1%에 속하는 거대 티렉스 그룹에는 스코티보다 훨씬 큰 개체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던 말론 연구원은 "상위 1% 개체들의 체격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공룡의 가장 가까운 현생종 친척 미국악어를 대조군에 넣고 시뮬레이션했다"며 "물론 이상적인 비교는 아니지만 사상 가장 큰 티렉스의 체중은 1만5000㎏였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