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사진을 보면 식욕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흔한 표현이 실은 과학적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연구팀은 22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음식 사진은 뇌를 움직여 점점 포만감을 갖게 하는 천연 식욕억제제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식욕이 인지나 감각과 연결돼 있다는 기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특히 음식 사진을 본 사람들의 식욕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포만감과 시각의 연관성을 알아보려 했다.
연구팀은 남녀 1000명을 모집하고 엠앤엠즈(M&M) 주황색 초코볼 사진을 횟수에 관계없이 보도록 했다. 이후 주황색 엠앤엠즈 초코볼을 몇 개 갖기를 원하는지 질문했다.
그 결과 사진을 많이 본 사람일수록 요구하는 초코볼이 적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진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초콜릿을 덜 원했다"며 "초코볼 색깔을 바꾸거나 엠엔앰즈와 비슷한 스키틀즈를 제시한 실험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포만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음식의 맛이나 색깔, 형태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실험 결과를 응용하면 식욕을 건강하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지 또는 감각과 식욕의 관련성은 전부터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팀은 2010년 남녀 5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초콜릿을 먹는 상상을 30회 반복하면 실제 섭취량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음식의 색상을 파란색으로 바꾸면 식욕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르후스대학교는 음식 사진을 활용한 이번 실험이 다이어트 방법의 개선은 물론, 식품 광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 방법만으로 다이어트가 될 리는 없겠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지원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있다"며 "인간의 감각과 식욕 사이의 관련성을 더 연구하면 비싼 약을 먹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사진을 반복해 보는 것만으로 포만감을 느낀다면, 백화점이나 식품 회사들은 향후 음식 광고에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